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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 곱빼기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 박찬일

마루안 2022. 1. 21. 22:24

 

 

 

짜장면에 대한 아주 맛있는 추억담이다. 지나치게 주관적인 것 빼고는 나무랄 데 없는 책이다. 한국인에게 짜장면은 영혼 음식이다. 한식이 아니면서 짜장면 만큼 친근한 음식이 또 있을까.

 

짜장면의 유래가 어떻게 되든 나는 짜장면은 한식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음식이든 하늘에서 레시피가 딱 정해져서 떨어진 경우는 없다. 흔히 종가집 어쩌구 하는 한 집안의 음식도 대대로 내려왔다지만 남의 집 식구인 며느리가 시집 와 이어 받으면서 조금씩 변형을 한다.

 

한 국가의 음식도 그렇다. 그릇이 정해지고 재료가 전해지고 세월이 흐르면서 하나씩 재료가 첨가되면서 요리법도 변화 끝에 정착된 것이다. 짜장면이 중국 음식에 뿌리를 두었지만 한식이라고 해도 무방한 이유다.

 

이 책은 읽으면서 계속 침이 고인다. 세프이자 작가이기도 한 박찬일의 맛깔스런 글발도 한몫 한다. 보기 좋은 음식이 먹기도 좋듯이 좋은 문장력은 눈을 책에서 떼지 못하게 한다. 그리 두껍지 않아서 단숨에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짜장면은 이 책을 낸 출판사가 띵 시리즈로 낸 책 중에 하나다. 음식에 대한 시리즈로 좋은 기획이라 생각하나 몇 명 정체 불명의 저자는 신뢰도에 다소 의문을 품는다. 모든 책이 진리일 수는 없으나 책을 낸다면 명확한 신분으로 냈으면 한다.

 

각설하고,, 박찬일의 짜장면 소회는 이 책 한 권으로 모자랄 정도로 군침이 돈다. 향수에 젖게 하는 짜장면 추억담부터 전국, 아니 해외 짜장면집 탐방기까지 읽고 나면 저절로 짜장면이 먹고 싶어진다.

 

창자가 졸아들었는지 언제부턴가 짜장면 곱빼기가 부담스럽지만 젓가락으로 비빌 때부터 냄새에 취해 황홀해지는 기분은 여전하다. 코로나로 인해 온 나라가 배달 천국이 되었으나 짜장면이야말로 배달 음식의 원조다.

 

이 책에도 당구장에서 짜장면을 배달시킨 추억담이 나온다. 세상은 늘 변한다지만 그 많던 철가방은 다 어디로 갔을까. 내 생각이지만 짜장면은 가능한 배달보다 식당에서 먹어야 제맛이다. 어서 빨리 코로나가 종식 되어 허름한 중국집 식탁에서 짜장면을 맘 놓고 비빌 날이 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