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사랑한 만큼 보여요 - 박노해

마루안 2022. 8. 26. 21:18

 

 

사랑한 만큼 보여요 - 박노해

 

 

사람은 그래요

모든 면에서 좋은 사람이기 불가능한 것처럼

모든 면에서 나쁜 사람이기도 불가능하죠

 

사람은 그래요

모든 점에서 훌륭하기 힘든 것처럼

모든 점에서 형편없기도 힘들지요

 

사람은 그래요

인생 내내 잘나가기 어려운 것처럼

인생 내내 헤매기도 정말 어렵지요

 

사람은 고정체가 아닌 생성체이니까요

지금 여기서 보는 그가 아니라

그의 전체를 보아야만 그가 보이지요

 

사람은, 사랑하면 보이지요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아니라

사랑한 만큼 보이는 것이지요

 

 

*시집/ 너의 하늘을 보아/ 느린걸음

 

 

 

 

 

 

다 공짜다 - 박노해

 

 

세상에 공짜가 어딨냐고

힘주어 말하는 자들은

똑똑한 바보들이다

 

인생에서 정말로 좋은 것은 다 공짜다

 

아침 햇살도 푸른 하늘도

맑은 공기도 숲길을 걷는 것도

아장아장 아이들 뛰노는 소리도

책방에서 뒤적이는 지혜와 시들도

거리를 걷는 청춘들의 시원한 자태도

아무 바람 없는 친절과 미소도

푸른 나무 그늘도 밤하늘 별빛도

계절 따라 흐르는 꽃향기도

그저 이 지구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고맙고 눈물 나는 숨은 빛의 사람들도

 

내 인생의 빛나는 것들은 다 공짜다

 

돈으로 살 수 없고

숫자로 헤아릴 수 없고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고귀하고 아름다운 것들은

 

삶에서 진실로 소중한 것들은 다 공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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