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옥을 같이 먹고 싶은 사람은 - 최서림 홍옥을 같이 먹고 싶은 사람은 - 서림 대구의 하늘이 내 눈 속에서 홍옥으로 익어가고 있다. 나나 무스꾸리 슬픈 노래를 듣고 있다. 에게海, 햇살 찰랑이는 가을 바다에서 번져나오는 그 깊고 맑은 소리 이 저녁, 나나 무스꾸리를 같이 듣고 싶은 사람은 잡풀 시들어가는 내 마음의 하늘 저.. 한줄 詩 2016.02.10
배롱나무께 조아려 - 김병심 배롱나무께 조아려 - 김병심 엄마가 되기 싫을 때마다 산담에 걸터앉아 배롱나무 망연히 바라본다 아이만 낳으면 어머니가 되는 게 아니라고 서른 지나 마흔까지만 참으면 저절로 어른이 되는 게 아니라고 울고 싶을 때마다 배롱나무 가지 어루만져본다 얄망궂은 아이들, 내 잘못과 버릇.. 한줄 詩 2016.02.09
세상물정의 사회학 - 노명우 요 근래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인상에 남은 책이다. 읽은 책 모두를 다 감상문을 쓰지 않는다. 열 권 읽어 한 권 정도랄까. 어쩔 때는 스무 권에 하나 꼴로 후기를 쓴다. 책을 까다롭게 고르고 골라서 읽지만 감상 후기를 쓰고 싶은 책은 극소수다. 게으를 권리 때문이기도 하나 안 내키는 일 하지 못하는 성격이 가장 크다. 내가 이곳에 드문드문 책 읽은 후기를 기록하는 것은 나중 일기장 들여다 보듯 훓어 보고 싶어서다. 의무감도 없지만 그렇다고 너무 늘어져 사는 것을 경계한다. 사회학자 노명우의 책은 두 번째다. 얼마전에 를 읽고 이 양반 글 잘 쓰네라는 생각을 했다. 아무리 사람이 사회적인 동물이라고 해도 가장 작은 단위는 혼자다. 혼자 잘 보내는 사람이 사회 생활도 잘 한다. 이 책은 자전적인 경험을 토.. 네줄 冊 2016.02.06
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 - 서영은 나름 여행을 많이 했다고 생각하지만 앞으로의 여행은 걷기 여행을 하리라 마음 먹은 것이 이태 전이다. 는 말이 있는데 선배 중에 그렇게 여행과 등산을 좋아했는데 오십 줄 넘어서면서 딱 멈췄다. 무릎 통증 때문이다. 가벼운 교통 사고의 영향이 크지만 선배는 좀더 일찍 걷기 여행을 많이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지금은 공원 산책을 천천히 할 수 있을 정도까지 회복했지만 예전처럼 등산을 할 정도로 돌아가기는 힘들다고 한다. 나는 어머니늘 닮아 다리가 튼튼한 편이다. 하체가 튼튼한 편이라는 것이 맞겠다. 어머니는 70이 넘을 때까지 웬만한 거리는 걸어 다녔다. 젊었을 때부터 이런 저런 장사로 머리가 벗겨질 만큼 물건을 이고 십 리 이십 리 길을 다녔다. 십 리 길이 넘는 오일장도 어머니는 늘 걸어서 다녔다. 건실.. 네줄 冊 2016.02.05
선암사 뒷간에서 뉘우치다 - 정일근 선암사 뒷간에서 뉘우치다 - 정일근 무위도식의 오후, 불식(不食)을 했다면 뒷간으로 찾아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저녁 예불시간 뱃속 근심이 큰 장독에 고인 물처럼 출렁거려 뒷간에 앉는다. 사실 나는 내 죄를 안다. 그리하여 범종소리 따라 한 겹 한 겹 밀려와 두꺼워지는 어둠에 엉덩이.. 한줄 詩 2016.02.05
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 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 한줄 詩 2016.02.04
오래된 연인 - 박철 오래된 연인 - 박철 송추 가는 길 칠순 넘어 보이는 두 노인네가 러브호텔 앞에서 서성인다 영감은 '러브체어' 라고 허풍소리를 내며 펄럭이는 현수막을 한번 올려다보고 할멈은 땀내나는 손수건을 꼬옥 움켜쥐었다 서로 먼 곳을 돌아와 낯선 곳에 선 두 사람 갈 햇살 너무 고운 모양이다 .. 한줄 詩 2016.02.01
스틸 라이프 - 우베르토 파졸리니 혼자 사는 남자가 혼자 살다가 죽은 사람의 뒷처리를 맡는다. 혼자 사는 남자는 라는 22년 차 구청 공무원이다. 그의 임무는 혼자 살다 죽은 사람의 유품 정리와 장례까지 치른 후 납골을 묘지에 안장하는 일이다. 무연고 사망 처리는 정해진 행정서류만 작성해서 보고하고 장례도 형식적으로 하면 그만이지만 존 메이는 성격상 그러지를 못한다. 사망자의 유품에서 연고자의 연락처를 찾아 일일이 소식을 전한다. 무연고자의 가족은 대부분 거절하거나 연락을 받지 않는다. 공무원 상사는 지나치게 꼼꼼해서 일처리가 늦는 존 메이가 못마땅하다. 존 메이는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시각에 출근을 한다. 퇴근 후 마트에 들러 장을 보고 저녁 요리를 해서 정해진 정각에 식사를 한다. 친한 친구도 특별한 취미도 없다. 한 마디로 참 .. 세줄 映 2016.02.01
런던의 이동 화장실 영국에 살면서 느낀 것이 화장실 문화가 너무 차이나는 점이다. 한국은 공공 장소나 지하철 역마다 공중 화장실이 있어 화장실을 못 찾는 일이 없다. 영국에서 화장실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심지어 도서관에도 국립도서관 빼고는 동네 도서관은 화장실이 없다. 천상 볼 일을 보려면 근처 대중술집인 펍이나 맥도날드 매장에 손님인 척 들어가 슬쩍 볼 일을 보고 나오는 방법밖에 없다. 이것마저 없으면 커피숍에 들어가 한 잔 주문하고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 세계적인 관광 도시 런던의 뒷골목은 지린내가 난다. 술을 마시면 당연히 소변이 자주 마렵다. 화장실이 없으니 뒷골목 으슥한 곳에서 볼 일을 본다. 그것을 막기 위해 주말이면 런던 도심에 이동 화장실이 놓인다. 처음엔 사람들 분주히 지나다니는데 볼 일을 보는 것이 .. 다섯 景 2016.01.31
별들의 시차 - 이은규 별들의 시차 - 이은규 그가 음독(飮毒)하며 중얼거렸다는 말 인간은 원하는 것을 진실이라고 상상한다 천문학자가 아니었으며 심지어 정치를 했다는 이력으로 한 죽음을 이해할 필요는 없고 눈이 아프도록 흩뿌려진 별 아래 당신의 몸속 세포와 궤도를 도는 행성의 수가 일치할 거라는 .. 한줄 詩 2016.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