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세상물정의 사회학 - 노명우

마루안 2016. 2. 6. 01:18

 

 

 

요 근래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인상에 남은 책이다. 읽은 책 모두를 다 감상문을 쓰지 않는다. 열 권 읽어 한 권 정도랄까. 어쩔 때는 스무 권에 하나 꼴로 후기를 쓴다. 책을 까다롭게 고르고 골라서 읽지만 감상 후기를 쓰고 싶은 책은 극소수다.

게으를 권리 때문이기도 하나 안 내키는 일 하지 못하는 성격이 가장 크다. 내가 이곳에 드문드문 책 읽은 후기를 기록하는 것은 나중 일기장 들여다 보듯 훓어 보고 싶어서다. 의무감도 없지만 그렇다고 너무 늘어져 사는 것을 경계한다.

사회학자 노명우의 책은 두 번째다. 얼마전에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를 읽고 이 양반 글 잘 쓰네라는 생각을 했다. 아무리 사람이 사회적인 동물이라고 해도 가장 작은 단위는 혼자다. 혼자 잘 보내는 사람이 사회 생활도 잘 한다.

이 책은 자전적인 경험을 토태로 저자가 읽었던 책과 연관시켜 아주 흥미롭게 기술하고 있다. 사회학이 고리타분하고 지루하다는 선입견이 있는데 이 책은 노명우의 글발 때문인지 아주 술술 읽힌다. 독자에게 전달하는 문장력이 대단하다.

세상물정이라는 말에는 무척 통속적인 뜻이 담겨 있다. "당신은 세상물정을 잘 몰라요."라고 했을 때 그걸 좋게 받아들일 사람이 몇이나 될까. 착하고 순수하다는 것보다 어리숙해서 속임수에 넘어가기 쉽다거나 사회성이 떨어지는 사람으로 받아들인다.

그런데도 노명우는 <처세술이라는 세상에서 가장 가련한 단어을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시작한다. 내가 이 책을 인상 깊에 읽은 것도 저자의 이런 태도다. 처세술,, 누가 이 단어를 만들었는지 몰라도 이런 류의 책은 일단 팔린다.

그래서 서점에 가면 입구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처세술이나 재테크에 관한 도서가 진열되어 있다. 돈 벌어야 하는 서점을 남무랄 일은 아니다. 일이년에 한 번씩 이사를 하는 사람이 오른 전세금을 감당하지 못해서 싼 곳을 찾느라 그러기만 하겠는가.

자기 집을 가지고도 일이년에 한 번씩 이사를 하는 지인이 있다. 근 20여 년간 열 번 가까이 이사를 했는데 자기 집은 진즉에 마련했지만 평수를 늘리거나 시세 차익을 노리고 집을 팔기 때문이다. 당연 그에게 집이란 사는 곳이 아닌 사는 것이다.

잦은 이사의 장단점은 있다. 집값이 오를 것 같은 곳만을 찾아 이사를 해서 10억 가까운 집값을 갖게 되었으나 학교 다닌 아이는 제대로 된 친구를 만들지 못했다. 평생 집에 대한 투자로 많은 것을 놓치고 산 그 사람을 딱하게 생각한다.

노명우의 책에서는 이 처세술에 관한 것을 명료하게 정리해 주지는 않는다. 어떤 삶에도 정답은 없다. 그렇더라도 근거 없는 희망이나 헛된 기대가 아닌 스스로 부닥치는 현실을 잘 추스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진지하게 읽어 볼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