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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 김재진

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 김재진 남아 있는 시간은 얼마일까. 아프지 않고 마음 졸이지도 않고 슬프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온다던 소식 오지 않고 고지서만 쌓이는 날 배고픈 우체통이 온종일 입 벌리고 빨갛게 서 있는 날 길에 나가 벌받는 사람처럼 그대를 기다리네. 미워하지 않고 성내지 않고 외롭지 않고 지치지 않고 웃을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까닭없이 자꾸자꾸 눈물만 흐르는 밤 길에 서서 하염없이 하늘만 쳐다보네. 걸을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 따뜻한 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시집, 연어가 돌아올 때, 기탄잘리 아름다운 사람 - 김재진 어느 날 당신의 존재가 가까운 사람에게 치여 피로를 느낄 때 눈감고 한 번쯤 생각해보라 당신은 지..

한줄 詩 2016.05.04

동백, 보이지 않는 - 김윤배

동백, 보이지 않는 - 김윤배 1 삼천포 봄볕 따갑다 오래된 밥집 봄 그늘 앉기에 비좁고 억센 손으로 날라오는 생고등어국 입맛 당겨놓는다 냉이와 씀바귀가 오른 식탁은 양지바르다 누군가 소주의 그리움을 갯내음 선한 눈빛으로 말한다 봄에 취한 삼천포 골목집의 늦은 점심은 혼곤하다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시인은 두미도 붉은 동백이 숯불 같다며 뱃길을 재촉한다 2 첫 나들이는 붉은 동백으로 설렌다 숯불 같다던 두미도 붉은 동백은 섬을 떠나 낯선 지명을 떠도는지 드문드문 붉은 마음 남아 있을 뿐인데 툭, 하고 수평선으로 커다란 동백 한 송이 진다 꽃 진 자리 붉어 나 오래도록 돌아서지 못할 때 두미도, 남해 속으로 조용히 가라앉는다 3 동백숲에 영험하게 서 있다는 한그루 흰 동백나무는 쉬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

한줄 詩 2016.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