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는 말에 딱 어울리는 집을 만났다. 모르는 사람이 살고 있지만 대문을 열면 잠시 들어오라고 할 것 같은 집이다. 내 어머니가 살고 있다면 불러 보고 싶은 집이다. 점점 지붕이 있는 집이 사라지고 있는 세상이다. 어릴 적 어머니는 김장보다 더 큰 일이 지붕을 올리는 일이었다. 가을걷이가 끝난 볏집으로 엮은 이엉으로 지붕을 덮는 일은 여자가 할 수 없다. 서른 아홉에 홀로 된 어머니는 이후 모든 일을 당신이 하지 못하면 남의 손을 빌려야 했다. 평소 논일 밭일 등 품앗이로 품을 팔아 그 댓가로 우리집 지붕 공사를 동네 남자들이 했다. 한 번 하면 몇 년 가는 것이 아니라 매년 삭은 이엉을 걷어 내고 새로 올려야 했다. 입에 겨우 풀칠 하는 정도의 가난함을 벗기 위해 어머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