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 강창래

마루안 2018. 10. 6. 22:45

 

 

 

이 책은 인문학자 강창래가 암 투병중인 아내를 위해 요리를 하며 써내려간 메모들을 엮은 책이다. 강창래 선생과 출판사 대표인 아내 정혜인은 동갑내기 부부다. 35년을 함께 살다 어느 날 암 진단을 받고 투병하던 중 병색이 깊어지자 아내의 부탁으로 그녀를 위한 요리를 시작했다.

대부분의 한국 남성이 그렇듯 라면만 겨우 끓일 줄 알았던 남자가 요리사로 변신하는 과정이 꼼꼼하게 적혔다.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니나 이걸 계기로 가족과 인생의 소중함도 절실하게 깨닫는다. 많은 부분에 레시피와 설명이 달려서 남자를 위한 요리책이라 해도 되겠다.

동갑내기 부부로 알콩달콩 친구처럼 살아왔지만 이별을 예감하고부터 남편은 암 투병을 하는 아내에게 하나라도 먹이려고 환자식을 선택하고 아내는 자신이 죽고 나면 혼자 남을 남편을 위해 건강식을 주문한다. 가벼운 식사를 했던 아내는 하루 하루 병색이 짙어지면서 먹는 것 또한 멀건 죽으로 변한다.

그것마저 넘길 수 없을 정도로 병세가 악화되어 완화 병동으로(호스피스 병동을 요즘엔 이렇게 부른다) 옮기고도 남편의 요리는 계속된다. 물론 나중 아내가 떠나고 나서는 남편은 웬만한 요리를 척척 할 수 있는 준프로 요리사가 되었다. 아내 덕분이다.

건강한 사람이야 먹고 싶은 것을 먹는 것이 우선이지만 환자식은 먹고 싶은 것이라고 무조건 요리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소화를 시킬 수 있는 것이어야 하고 건강에 좋아야 함은 당연하지만 부작용도 없어야 하기에 환자식 만들기가 훨씬 어렵다.

책 제목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는 요리한 음식을 아내에게 권하며 했던 말이다. 사람은 먹는 것에서 가장 큰 행복을 느낀다. 좋아하는 음식을 맛을 음미하며 함께 먹을 때야말로 행복함의 절정이다. 그런데 환자들은 맛을 음미하기보다 연명하기 위해 먹는다.

병을 물리치고 건강을 찾으면 맛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희망이 가장 큰 치료약이다. 그런 희망마저 사라진 사람에게 음식은 어떤 의미일까. 음식을 만드는 남편이나 음식을 기다리는 아내나 슬픈 내색을 하지 않고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이 애틋하게 담긴 책이다. 이 책을 덮으면서 제목을 약간 비튼 패러디로 내 희망을 예약한다. 남은 내 인생은 좀 매울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