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개저씨 심리학 - 한민

마루안 2018. 12. 23. 17:48

 

 

 

제목에 꽂혀 읽었다. 책 욕심은 많아도 명사가 추천하는 책을 믿지 않는다. 의심도 한다. 과연 그 책을 추천한 명사는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을까. 행여 자신의 지식을 포장하기 위한 것은 아닐까. 이 책은 약간의 약장수 냄새가 나기도 하지만 공감하는 부분이 있어 내쳐 읽었다.

이십대가 이 책을 읽을 리는 만무하고, 천상 어딘가 캥기는 사십대 이후의 중년들이 솔깃할 제목이다. 그래선지 글자도 큼직하고 줄 간격도 시원하다. 당연 페이지에 비해 내용물이 많이 줄어들었다. 질소 빵빵하게 넣은 양파링 스넥처럼 말이다.

기발한 처세술이나 인생 성공 사례를 말하지는 않는다. 나이 먹을수록 지나치게 자기 중심적이 되기 쉽다. 자기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몰아부치기도 한다. 이런 증상을 자각하지 못하고 무심코 넘길 수 있는 중년들이 새겨 들을 만한 내용이다.

삼십대까지 연륜이란 걸 믿었다. 나이를 먹을수록 지혜로워지고 포용심도 느는 것이라 생각했다. 사십대 이후 연륜을 믿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나이 먹는다고 지혜롭지도 않고 순해지지도 않다는 걸 알았다. 일상에서 겪으며 깨달은 것이다.

되레 나이와 비례해 얼굴이 두꺼워지고 지혜와 포용심이 느는 것이 아니라 심술과 고집이 늘어난다. 불혹이니 지천명이니 이순이니 하는 말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도 깨닫는다. 내가 나잇값 못한다는 소리를 들을까 두려운 이유다.

유치원 어린이부터 요양원에 누워 있는 노인까지 누구나 자신이 속한 시기가 가장 힘들고 위기라고 생각한다. 내 또래로 좁혀서 개저씨는 중년의 위기를 극복하는데 실패한 아저씨다.

멋있는 아저씨나 노인이 잘 생기고 옷 잘 입어서가 아니다. 품위 있는 행동거지와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멋있는 사람을 결정한다. 이 책에서도 언급하지만 개저씨라고 불릴 만한 나이에 있는 세대가 1960년와 1970년대 생들이다.

그들은 현재 사십대와 오십대로 나도 거기에 포함된다. 오십대를 민주화 세대, 사십대를 X세대라 부르는데 가장 진보적인 세대이기도 하다. 그 말은 가장 깨어 있는 세대라는 말도 된다. 흔히 50 넘으면 점점 보수화 되어 간다는데 현재의 오십대 만큼은 잔보 세력의 든든한 허리 역할을 하고 있다.

인생길이 어디 꽃길이기만 하던가. 그러나 삶에 지친 고독한 중년도 무력한 중년도 개저씨보다는 낫다. 세상의 중년 남성들은 세 부류다. 아저씨, 개저씨, 그리고 나잇값 못하는 그냥 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