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미학 수업 - 문광훈

마루안 2019. 6. 10. 21:57

 

 

 

문광훈 선생의 책을 또 읽었다. 잘 알려지지 않은 분이지만 글을 참 잘 쓴다. 대학 교수이면서 끊임없는 연구와 책읽기로 지식의 끈을 놓지 않는 양반이기도 하다. 그러나 왠지 이분 강의는 재미가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 말은 선생이 강의보다는 책으로 독자를 만나는 게 더 낫겠다는 말이다. 책 제목이 <미학 수업>이라 교양 과목 강의 교재처럼 느껴지지만 일반인의 예술 안목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는 좋은 책이다. 하긴 대학 초급생 교양 강좌 교재로도 손색은 없다.

언제부터 학교가 초중고는 대학을 가기 위한 시험장이고 대학은 취업을 위한 학점 공장으로 전락했다. 그래서 교양은 뒷전이거나 사는데 별 도움이 안 되는 천덕꾸러기가 되었다. 속보다 겉을, 든사람보다 난사람을 더 내세우는 현실의 자연스런 현상이다.

이 책은 교양인이 그냥 저절로 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글쓴이가 교양이 있어야 독자도 자연스럽게 책을 읽으면서 교양을 쌓는데 그만큼 저자가 중요하다. 약장수처럼 자신의 지식을 나열한다면 독자는 지레 주눅이 들거나 무식이 탄로날까 이해하는 척한다.

무조건 사라고 강요하지 않는 약이 좋은 약이듯 이 책도 저자의 생각을 따라가다보면 자연스럽게 교양이 녹아든다. 저자는 그림과 음악에 아주 조예가 깊다. 진정으로 그것을 사랑하지 않고는 일상에 이런 예술 안목이 박힐 수가 없다.

독문학자답게 카프카를 사랑하고 프리드리히의 그림을 좋아한다. 이 책에도 등장을 하는데 몰랐던 그림을 쉬운 문장으로 잘 설명하고 있다. 흔히 사는 게 고달프면 예술은 사치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반대로 노동에 지친 사람일수록 소박한 예술은 필요하다.

모든 예술 체험을 직접 하기는 힘들다. 또 자신만의 방법으로 예술을 가까이 할 수 있다면 그보다 풍성한 삶이 어디 있겠는가. 이 책을 읽다 보면 문자만 알고 있어도 간접 예술 체험을 풍성하게 할 수 있다. 선명하고 큼직한 유명 그림도 여럿 실려 있다.

큰 돈 들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예술이 바로 이런 교양서를 머리맡에 두고 틈틈히 읽는 것이다. 아는 것만큼 보인다고 하듯 읽는 것만큼 알게 되기도 한다. 스페인 화가 <무리요>의 그림 설명은 이 책의 백미다. 유명 작가가 말했다면 교과서에 실릴 문장이다.

문학을 전공했으니 당연하겠으나 시에 관한 저자의 단상도 인상적이다. 선생의 다른 책에서 백석과 김수영 시인의 사랑은 알고 있었으나 이 책에서는 황인숙 시인의 시를 여러 편 언급하고 있다. 단숨에 읽을 시간이 없다면 틈틈히 읽어도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