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通

데이비드 호크니 전시회

마루안 2019. 6. 3. 22:02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호크니 전시회를 다녀왔다. 사설 미술관은 차치하더라도 공공 전시장 불모지였던 서울에 이런 미술관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 일주일이나 이주일에 한 번 정도 나들이 삼아 들르는 곳이다. 

옛날 대법관 건물을 앞부문만 남기고 새로 개축했다는데 상설 전시는 물론이고 커피 마시며 담소를 나누기에 좋은 공간이기도 하다. 광화문에서 시작해 내처 시청까지 걸으며 덕수궁 돌담길의 계절 변화를 감상하기도 한다.

영국에서 14년을 산 덕에 호크니 그림은 많이 봤다. 호크니는 영국인의 자랑이다. 영국인은 옛날 화가로는 윌리엄 터너, 현대 화가로는 데이비드 호크니를 끔직히 사랑한다. 런던의 테이트 모던 갤러리에 걸린 호크니 그림 앞은 늘 사람들로 붐빈다. 

서울 전시는 처음이라는데 비싼 입장료에 비해 알짜배기 작품은 별로 없다. 내가 영국에서 워낙 많은 그의 그림을 구경했기 때문에 더욱 작품이 빈약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호크니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 사람은 꽤 감동을 받을 것이다. 

미술 작품은 화집으로 보는 것과 전시장에서 오리지널 작품을 직접 대하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다. 호크니 전시도 마찬가지다. 천장까지 올라가는 대형 작품에서부터 작은 거울 정도의 크기까지 호크니의 다양한 작품 변화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호크니가 이렇게 많은 에칭(석판화) 작품을 그렸다는 것을 알았다. 이번 전시도 작품 수로만 보면 에칭이 절반 정도 된다고 보면 된다. 특히 에칭 작품을 연작 형식의 시리즈로 많이 그렸다. 

호크니의 회화는 원색을 많이 써서 무척 화려하다. 소년처럼 맑은 그림을 그렸던 그도 이제 팔순을 넘긴 노인이다.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런 걸 노익장을 과시한다고 하던가. 전시도 인터뷰도 무척 까다롭다고 한다. 자고로 예술가는 도도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