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푸른 인감(印鑑) - 서상만

마루안 2019. 6. 16. 19:33



푸른 인감(印鑑) - 서상만



언젠가 헤매던 서역 삼만 리
砂風(사풍)에 사라진 내 발자국
찾아 간다 내 발톱 찾아 간다


날마다 모래알로 울며
허공에 불러댈 내 이름--


모래 살에 박힌 내 울음소리


그럴 거야
발 묶여 깊이 묻힌다는 건
차디찬 결빙에 있었을 것
푸른 인감 같은
숨죽인 눈물이 가득 고인
내 심장이 거기 있었을 것


삶도 고비 고비
단내 나는 고비사막
굽은 낙타 등에 실려
모래 속에 두고 온
내 발톱 찾아 간다
만리 길 멀어도 나는 간다


길 잃고 헤매는 모래바람과
그 속에 엉기는 소소초들과


파랗게 멍든
내 발톱 내 심장을 찾아
휘잉휘잉 바람이 되어



*서상만 시집, 사춘, 책만드는집








돋보기 - 서상만



처음은 왜소한 잔가지였다
어느 날 갑자기 몸통이 불어
작은 바람에도 울음이 늘었다
뿌리는 어디로 숨어버리고
난만한 잎은 서서히 그늘을 만들어
둥지는 비바람 눈보라가 쳐도
넉살 좋게 버티기에
무슨 음모라도 꾸미나 싶어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새
거짓말처럼 커버린 옹두리에
물집 같은 노안이
누런 일몰로 괄약되어 있었다
절정엔 수식 따윈 필요 없었다






# 푸른 印鑑을 반복해서 읽는다. 푸른 색은 슬픔을 품고 있는 색, 원로 시인의 세상 보는 눈이 참 맑다. 인감이 들어가 제목으로는 다소 어렵고 낙타가 먹는다는 소소초(蘇蘇草)라는 단어도 요즘 어휘로는 낯설다. 당신의 전생이든 나의 후생이든 고비 사막의 낙타는 어떤 끈으로 연결 되었을까. 사막의 야생 낙타는 오늘도 먼 바다를 그리며 노을을 바라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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