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우리는 미래에 조금 먼저 도착했습니다 - 아누 파르타넨

마루안 2019. 7. 7. 22:03

 

 

 

얼마전에 영국 런던의 주택가 정원에 느닷없이 시신 하나가 하늘에서 떨어졌다. 경찰 조사 결과 아프리카 케냐에서 출발한 비행기에서 떨어졌다고 한다. 비행기 객실에서 추락한 것이 아니라 착륙장치에 몰래 숨어 밀입국을 시도하다 떨어진 것이다.

그전에도 이와 유사한 사건이 몇 번 있었는데 그들도 착륙장치에 숨어 있다 떨어졌다. 도시에 떨어졌으니 발견 되었지 만약 산악 지대나 망망대해 바다에 떨어졌으면 이런 일이 있는지조차 몰랐을 것이다. 비슷한 밀입국 시도가 훨씬 많을 것이라는 얘기다.

세계에서 미국은 밀입국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은 나라다. 여행을 하려고 해도 미국은 가장 비자 받기가 까다로운 나라다. 광대한 멕시코와의 국경에 철책을 둘러 감시하고 툭 하면 총기 사고가 일어나는 미국에 왜 사람들은 그렇게 가려고 하는 걸까.

이유는 하나다. 아메리칸 드림,,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단어다. 예전에 한국인도 미국으로 가서 안 풀린 인생 새롭게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고 성공담도 자주 나왔다. 내가 밑바닥에서 헤맬 때 누구가 그랬다. 여기서 빌빌대지 말고 외국으로 가라.

이왕 외국 나가려거든 미국에 가야 성공한다. 한국인뿐 아니라 연변 조선족들도 한국에서 돈을 벌어 미국으로 들어간 밀입국자가 많다. 한때는 나도 밀입국을 해볼까 생각하기도 했기에 그런 사정을 잘 안다. 그들은 일단 미국 들어가면 돈은 번다였다.

20여년 전만 해도 조선족들이 한국을 들어오기 위해서 브로커를 통해야만 했다. 목돈을 주고 한국에 들어와 한 2년 죽어라 일해서 그 돈을 갚고 다시 삼사 년 죽어라 일해서 미국 들어갈 돈을 벌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 가슴에 아메리칸 드림이 있었다.

이 책은 핀란드에 태어나고 자란 한 여성이 미국인 남성과 결혼해 미국에 정착하면서 겪은 사회 제도에 관한 이야기다. 직접 겪은 일이라 미국의 불평등이 얼마나 끔직한가를 생생하게 알려주고 있다. 교육, 의료, 세금 등 사회 생활에서 뗄 수 없는 내용들이다.

스칸디나 반도의 국가를 흔히 복지 국가의 모범으로 본다. 이 책에서는 노르딕 국가라고 부르는데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아이슬란드까지 북유럽 다섯 나라를 말한다. 물론 저자가 낳고 자란 핀란드 위주로 말하고는 있지만 이들 나라의 복지제도는 대동소이하다.

저자가 미국에서 가장 충격을 받은 것은 의료제도의 불평등이었다. 그녀가 핀란드에서는 병원을 고를 때는 어디가 가장 가깝고 진료를 빨리 받을 수 있느냐뿐이었다. 민간 의료든 공공 의료든 큰 차이가 없어서 진료의 수준 차이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반면 미국은 엄청난 민간 보험료도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돈많은 사람과 가난한 사람의 의료 보장률의 차이가 엄청나다. 심지어 엄청난 의료비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거나 과도한 진료비로 가정이 파산한 경우도 많다고 하니 핀란드 사람이 놀랄 만하다.

핀란드를 비롯한 노르딕 국가는 의료란 기본적인 인권이고 의료를 기본적인 사회복지로 제공하는 것이 지극히 타당하다는 결론이다. 저자는 같은 질병에 걸렸을 경우 핀란드와 미국에서 어떤 의료 불평등이 벌어지는가를 조목조목 지적한다. 국가는 아플 때 힘이 되어야 하는데 미국은 그런 나라가 아니다.

아무리 복지 국가의 모범이라해도 핀란드 사회가 완벽하겠는가. 그곳에도 자살하는 사람이 있고 범죄자도 있다. 어느 사회든 자기가 사는 곳에 불만이 있어선지 핀란드 사람들은 자기 나라가 가장 살기 좋은 국라라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한다.

저자도 고국인 핀란드를 떠나고서야 자기 나라가 얼마나 살기 좋았 나라였는지를 깨달았다고 한다. 난민들도 가장 가고 싶은 나라 중 하나로 핀란드를 꼽는다. 이 책을 읽고 한국에서도 소득주도 성장이 얼마나 기본적인 복지의 출발인지를 절절하게 깨닫는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