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의 꿈길 - 김석일
불면의 공백은 늘 사각의 틀을 하고 하얀 색으로 나타난다
생전 부모님 모습이 사각 틀 안에 나타나고 유년의 놀이동산도 청춘의 일그러진 모습도 훗날의 먼 길 떠나는 등 굽은 나의 뒷모습도 액자 안의 사진 같은 형상이다
생인손 같던 사랑과 미움의 모습들이 하얀 화선지 위에 먹물 번지듯 시시각각 온갖 모습으로 다가오듯 스쳐지나간다 슬픔도 기쁨도 아닌 눈물이 나고, 사각 틀 밖의 세상으로 가고 싶은데 발길이 떨어지질 않는다 누군가를 소리쳐 불러보았건만 대답은커녕 뒤도 돌아보질 않는다
결국, 이 밤도 어젯밤같이 허우적대며 망각의 계단을 또 한 칸 올라간다
*시집/ 울컥하다는 말/ 북인
자고 싶다 - 김석일
설령 깨어나지 못한다 해도
보초 서다 고꾸라져 잠들었던
그런 단잠을, 단잠을 자고 싶은데···,
잠을 내쫓는 느닷없는 요인들
무엇일까? 무엇인가?
습관처럼 오늘도 또 헤아려본다
어깨결림, 마름기침, 괜한 쓸쓸함
추임새같이 끼어드는 분노, 절망
세상 내달리다 멈춘 금단현상까지
토막잠 꿈속에서 싫어도 자주 만나는
앞서 간 사람들의 무표정한 얼굴과
기~인 침묵의 의미는 접어두고
오늘만큼은
볼이 발그레한 유년의 딸과 아들이
아빠! 하고 품속으로 달려드는
그런 꿈을 꾸며 정말 길게 자고 싶다
*시인의 말
결국, 또
지쳐서 주저앉은 사람들 모습을 담았다.
이유가 뭘까?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자꾸 눈길이 간다.
행여 내 모습도
누군가가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건 아닌지?
언제부터인가 삶에서
시나브로 신바람이 빠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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