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불면의 꿈길 - 김석일

마루안 2022. 9. 14. 22:27

 

 

불면의 꿈길 - 김석일

 

 

불면의 공백은 늘 사각의 틀을 하고 하얀 색으로 나타난다

 

생전 부모님 모습이 사각 틀 안에 나타나고 유년의 놀이동산도 청춘의 일그러진 모습도 훗날의 먼 길 떠나는 등 굽은 나의 뒷모습도 액자 안의 사진 같은 형상이다

생인손 같던 사랑과 미움의 모습들이 하얀 화선지 위에 먹물 번지듯 시시각각 온갖 모습으로 다가오듯 스쳐지나간다 슬픔도 기쁨도 아닌 눈물이 나고, 사각 틀 밖의 세상으로 가고 싶은데 발길이 떨어지질 않는다 누군가를 소리쳐 불러보았건만 대답은커녕 뒤도 돌아보질 않는다

 

결국, 이 밤도 어젯밤같이 허우적대며 망각의 계단을 또 한 칸 올라간다

 

 

*시집/ 울컥하다는 말/ 북인

 

 

 

 

 

 

자고 싶다 - 김석일

 

 

설령 깨어나지 못한다 해도

보초 서다 고꾸라져 잠들었던

그런 단잠을, 단잠을 자고 싶은데···,

 

잠을 내쫓는 느닷없는 요인들

무엇일까? 무엇인가?

습관처럼 오늘도 또 헤아려본다

 

어깨결림, 마름기침, 괜한 쓸쓸함

추임새같이 끼어드는 분노, 절망

세상 내달리다 멈춘 금단현상까지

 

토막잠 꿈속에서 싫어도 자주 만나는

앞서 간 사람들의 무표정한 얼굴과

기~인 침묵의 의미는 접어두고

 

오늘만큼은

 

볼이 발그레한 유년의 딸과 아들이

아빠! 하고 품속으로 달려드는

그런 꿈을 꾸며 정말 길게 자고 싶다

 

 

 

 

*시인의 말

 

결국, 또

지쳐서 주저앉은 사람들 모습을 담았다.

 

이유가 뭘까?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자꾸 눈길이 간다.

 

행여 내 모습도

누군가가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건 아닌지?

 

언제부터인가 삶에서

시나브로 신바람이 빠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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