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줄 哀

우물 변천사의 추억

마루안 2020. 2. 27. 21:50

동네에 우물이 있었다.

큰샘, 아랫샘, 웃샘은 컸다. 지대가 높은 한쪽에 우물이 하나 있었다. 바닥이 안 보이게 아주 깊었다. 우물에 대고 소리를 지르면 한참 후에 대답을 했다. 두레박을 내리면 철벅 소리가 들리고 한두 번 들었다놨다를 한 후 끌어 올렸다. 깊어서 한참 걸렸다.

 

몇 군데 집에서 마당가에 펌프물을 만들었다. 더운 여름날 밭에서 도아온 어머니는 우물물을 떠오라고 시켰다. 먼 공동 우물까지 가기 싫어 가까운 집에 이따금 펌프물을 떠왔다. 마중물을 넣어야 올라오지만 펌프질 하는 것도 재미가 있었다.

 

어머니는 물맛을 알았다. 웃샘에서 떠 온 것 아니네. 펌프물임을 어떻게 알았을까.

 

요즘 우물을 사용하는 집은 없다. 새벽이면 줄을 서야했던 동네 약수터에도 사람들이 거의 없다. 생수 마시는 게 더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우물에 대한 아련한 추억, 우물가에서 시어머니 흉도 보고 동네 소문도 들었다. 유행가도 있다. 동네방네 소문 났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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