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 시인이 사진 에세이집 <내 작은 방>을 내면서 소박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문화계에서 그리 큰 관심을 받고 있진 않지만 박노해의 사진 에세이 시리즈는 계속 나오고 있다.
그가 시인으로 비주류였듯이 사진으로도 박노해는 비주류다. 천성이 비주류인 나는 이런 박노해가 좋다. 한때 노동자 시인으로 추앙 받았으나 목소리에 힘을 빼면서 시인은 더욱 비주류의 삶을 살고 있다.
사진집치고는 아주 작다. 작은 정도가 아니라 거의 엽서 크기 정도의 책이다. 책에 실린 사진 중에서 고른 작품이 이번 전시장에 걸렸다. 카페 2층에 있는 전시장도 아담하다.
사진은 감동적이다. 전부 흑백으로 찍었다. 인간에게 방은 태어남부터 죽을 때까지 함께 한다. 엄마의 자궁이 방이고 자기 방을 갖기 위해 평생을 바쳐 아파트에 목숨을 건다. 그리고 죽어 무덤이라는 방에서 영면에 든다.
박노해는 한국의 방을 찍은 것이 아니다. 외국, 그것도 알려지지 않은 곳이거나 전쟁 중인 땅을 찾아 다녔다. 그곳에도 사람이 산다. 낮은 곳을 향한 시인의 눈길은 계속된다. 평화주의자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한 번쯤 둘러 볼 만한 전시다.
'여덟 通'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적 소장품 전시회 (0) | 2022.04.23 |
---|---|
노실의 천사 - 권진규 탄생 100주년 전시회 (0) | 2022.04.23 |
실천문학 2022년 봄호에서 만난 시 (0) | 2022.03.24 |
대산문화 2022년 봄호, 발견 시 (0) | 2022.03.14 |
창문을 통해 어렴풋이 - 사울 레이터 사진전 (0) | 2022.03.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