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강이 숲에 들어 - 박남준 강에 나가 저녁을 기다렸네 푸른빛이 눈부신 은빛이 전율처럼 노을을 펼쳐 파문의 수를 놓고 있네 이럴 때면 눈물이라도 찍어내고 싶은데 황금빛 능라의 베틀을 걸어 수만 수천 구비 노래하는 물결들 단숨에 물들이는 시간 말이야 누군가는 저 강에 들어 생의 마침표를 찍고 싶다 하였네 사람도 숲에 들면 고요해지듯이 내리꽂고 솟구치며 세상의 낮은 곳으로 노래하다 분노하여 범람하고 길이 막혀 신음하던 강물도 반짝이는 모래톱과 화엄의 바다 가까이 가닿을 거야 거기 갈대의 숲 안식에 든 숨결들을 생각하며 자장자장 찰랑이다 잦아들겠지 저녁 강은 바다에 이를 것이네 숲에 들 수 있겠지 그곳에서는 비상하던 새의 허공도 낡고 고단했을 발자국도 적막에 안길 것이네 *시집/ 어린 왕자로부터 새드 무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