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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의 느낌과 여행을 떠나자 - 임곤택

오후의 느낌과 여행을 떠나자 - 임곤택 이렇게라도 바람이 불고 한 대씩 자동차 지나가고 늙은 여자는 애초부터 늙도록 되어 있어서 더 예쁜 것을 얻어서 딸을 얻은 사람은 그렇게 행복해져서 살아 있어서 참 좋은 오후 두 사람이 탄 오토바이 앞사람의 허리를 두 손으로 감싼다 셋이 탄 자동차는 바퀴가 넷 등에는 배낭이 있고 이런 꿈을 꾼다 좋은 오후와는 어떻게든 늦게 만나서 채소를 함께 다듬고 반쯤 죽은 것에 물을 뿌려 반쯤 살리고 게으른 아이는 그냥 놔두면 된다 되도록 멀리 가기로 하였다 비가 예보되었다 가방에는 더 많은 자랑과 남는 식욕 뒤에 앉은 사람이 손가락 뻗어 저 앞을 가리킨다 둘인 듯 셋인 듯 그 이상인 듯 주머니엔 숟가락 하나씩 모처럼 하루가 빼곡히 채워지는 날 어쩌나, 그치기 싫다 *시집/ 죄 ..

한줄 詩 2021.10.03

밥숨 - 김윤환

밥숨 - 김윤환 아침을 거르고 점심을 건너뛰고 저녁에는 그냥 잤다는 그녀에게 먹고 사는 것이 죄가 될 리 있겠냐만 일 때문에 밥을 거르는 일이나 밥 때문에 숨을 거르는 일은 자기에게 죄를 짓는 일 이라고 말하고는 나도 식은 밥 한 숟가락을 뜬다 찬밥이 목구멍에 넘어갈 무렵 묵은 한숨이 가슴에 얹혔고 마음속에는 긴 괘종소리가 울렸다 밥과 숨을 함께 쉬는 일없는 하오(下午)를 나도 그리워했다 *시집/ 내가 누군가를 지우는 동안/ 모악 발인(發靷) - 김윤환 이별은 잔치 후 정리되지 않는 주방 같은 것 쌓인 그릇과 남은 음식물에 묻은 소음 물린 채 풀리지 않는 나사들 울음이 벼루에 녹은 먹이 되어 폭과 너비를 알 수 없는 어둠을 그리는데 발은 바닥에 닿지 않고 손은 하늘에 닿지 않아 만질 수 없는 얼굴이 비가..

한줄 詩 2021.10.03

다인실 다인꿈 - 신용목

다인실 다인꿈 - 신용목 밤의 창가에서는 허공과 사람이 하나의 창문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건너편을 바라보며 불을 끄거나 켜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누가 묻길래. 그는 착한 사람이라고 말해주었는데. 꼭 그는 슬픈 사람이라고 말한 것 같다. 침대의 잘못은 자신이 입구라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는 데 있다. 잠이 오지 않으면. 걱정을 만든다. 죄를 빼고 나면, 사랑은 남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착한 사람이다. 물속에 사는 사람처럼, 그네처럼, 시내버스 요금함에 거스름돈 떨어지는 소리처럼, 넘어졌던 아이가 일어나 탁탁 부딪치며 털고 있는 손바닥, 그리고 비행기. 무심한 밤하늘 한쪽 귀퉁이를 천천히 지나가고 있어야 한다. 검고 푸른 바다를 건너가는 그림자, 오로지 자신만을 가로지르며..

한줄 詩 2021.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