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발칙한 진화론 - 로빈 던바

마루안 2013. 3. 3. 23:11

 

 

 

내가 누구인가를 고민해본 적이 있었나? 학창 시절 다소 염세적인 정서 때문에 친구들에게 땡초로 불리며 짓궂은 놀림을 받기는 했으나 심각한 상태는 아니었다. 어쨌거나 세상은 나의 하찮은 고민과는 상관 없이 지금도 잘 돌아가니 말이다.

내가 누굴 닮았는지는 커가면서 알았다. 큰형은 아버질 닮았고 막내는 어머닐 닮은 것이다. 나는 어머닐 닮은 게 늘 불만이었다. 조상이 원숭이였다는 진화론과는 별개로 어릴 적에는 내 이름도 마음에 안 들었고 어머니 닮은 것이 불만이었던 것은 확실하다.

이 책은 언듯 진화론에 관한 책처럼 여겨지나 현대 사회의 인간관계에 관한 책이다. 이색적인 제목처럼 읽다보면 저자의 생각이 무척 흥미롭다. 저자의 의견에 전부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살면서 지나쳤던 것들을 돌아보게 했고 연관 도서도 찾게 했다.

특히 7장과 8장이 흥미로웠다. 아빠를 쏙 빼닮았네라는 장인데 인간이 두 발로 걷게 된 진화의 대가로 출산의 고통을 겪게 되었다는 것이다. 땅을 딛는 발이 네 개냐 두 개냐에 따라 골반이 영향을 받게 되었다는데 여자들에게는 무척 솔깃한 내용이다.

직립 보행으로 진화 하면서 인간의 뇌는 커진 반면 골반은 좁게 변화하면서 출산의 고통이 극화되었다는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포유류의 기본 패턴에 따른다면 인간의 임신 기간은 21개월이어야 하지만 9개월인 것이다.

대부분의 포유류가 태어나서 바로 걷거나 수시간 후에 걸을 수 있는 반면 인간만이 미성숙 상태로 태어나 1년 이상을 어미의 보살핌이 필요하다. 만약 21개월이라면 어땠을까. 안전한 출산을 위해 인간의 뇌는 다른 쪽으로 진화가 되었을 것이다.

자신을 세상에 나오게 해준 어머니와 살과 피를 나눠준 아버지에게 감사해야 한다. 언젠가부터 외모와 성격이 어머니를 꼭 닮은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 예민한 味覺과 낙천적인 성격도 어머니를 닮았다. 이런 책에 흥미를 갖는 호기심 많은 성격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