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아홉 번째 집 두 번째 대문 - 임영태

마루안 2013. 3. 2. 08:06

 

 

소설은 잘 안 읽는 내가 임영태 소설은 꼭 읽는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단지 그가 살아온 이력이나 문체에서 외로움 같은 묘한 동질감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의 소설은 쓸쓸하다. 이 소설도 마찬가지다. 남의 이야기를 대신 써주는 대필 작가 이야기다.

자전적인 배경도 조금 들어간 듯하다. 아내를 잃고 혼자 반지하 방에 작업실 겸 주거를 함께 하는 공간에서 글을 쓰며 생계를 유지하는 중년 남자의 일상이 쓸쓸하게 펼쳐진다. 그렇다고 그의 삶이 연민을 일으킨다거나 궁하게 보이지 않는다.

지금은 도시 변두리로 돌아왔지만 예전에 여럿 개를 기르며 아내와 함께 했던 시골생활을 돌아보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아내가 죽기 전에 기르던 진돗개 이야기에서 옛 기억을 떠올렸다. 작가의 실제 아내인 이서인 시인의 시집에 나오던 진돗개 이름이다.

그 진돗개 이름이 태인이었다. 이 소설에서도 태인이 자주 등장하는데 임영태 작가와 이서인 시인의 이름 끝자를 따서 그렇게 지었다. 아내도 죽었고 태인도 죽었지만 소설 속의 남자는 한없이 우울한 감정으로 둘의 죽음을 떠올린다.

죽은 것들에 대한 기억은 다 그렇다. 임영태 소설의 특징이기도 한데 극적인 사건이나 반전도 없이 중년 남자의 삶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잔잔하게 펼쳐진다. 소소한 일상을 이렇게 흡인력 있게 끌고 가는 것도 작가의 탁월한 역량이다. 그의 소설을 맛으로 표현하자면 조금 밍밍하지만 한번 맛들면 중독성이 있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