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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 - 김미조

오랜 기간 전통시장에서 생선 장사를 해온 오복이라는 여성이 있다. 비린내 맡으며 장사를 했고 생활력 없는 남편과 두 딸을 위해 가정일까지 하느라 허리가 휠 지경이다. 평생 장사를 했던 시장이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상인들끼리 모여 투쟁 중이다. 어느 날 상인들과 데모를 마치고 회식을 가졌는데 술에 취한 오복을 그 상인 단체 간부가 성폭력을 한다. 하혈로 바지가 젖을 정도다.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난망한 중에 사연 모르는 딸은 엄마가 다시 생리를 시작했다고 놀린다. 오복은 고민 끝에 큰딸에게 사실을 말한 후 고소를 하기로 결심한다. 이때부터 60대 아줌마의 투쟁이 시작된다. 성폭행 당사자는 증거 있느냐고 발뺌을 하고 시장 사람들 또한 젊은 남자가 60 넘은 여자를 성폭행 했겠느냐고 비아냥댄다..

세줄 映 2021.11.22

나는 죽음을 돌보는 사람입니다 - 강봉희

서점에 진열된 수많은 책들을 보면 과연 이 많은 책을 누가 읽을까 싶다. 어차피 나는 책 읽기에 게으른 사람이니 해당은 안 될 테고 단군 이래 최대 출판 불황에서도 이렇게 많은 책이 출간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작은 크기의 책인데도 눈에 확 들어오는 제목이다. 저자의 이력을 보고 바로 구매한다. 이런 책을 만날 때 나는 망설임이 없다. 전문 글쟁이가 아니기에 문장이 매끄럽고 아름다운 건 아니다. 오직 죽은 사람에 대한 깊은 존중이 마음에 와 닿기에 어떤 소설보다 더 흡인력 있게 술술 읽힌다. 저자 강봉희 선생의 이력을 보자. 1953년생인 저자는 1996년 40대 중반에 암에 걸렸다. 병원에서 석 달 시한부 판정을 받았으나 극적으로 살아났다. 선생은 병실에서 다짐했다. 내가 죽지 않고 살아나간다면 아무에..

네줄 冊 2021.11.22

일도 열심히 하고 엄청 착했다 - 박지웅

일도 열심히 하고 엄청 착했다 - 박지웅 척은 이웃집에 살지만 이웃인 척은 안 했어요 친절과 파괴의 어원은 같아요 요즘은 이웃으로 살지요 척이 방문을 열면 입을 벌리고 나는 빙그르 돌아요 나더러 악어 같대요, 물론 아니죠 침대가 내 구역일 뿐이죠 여기에서는 웬만하면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거든요 밤은 내 밥벌이예요, 나는 여권도 없는 스트립 걸 홀딱 벗고 들어갈까요? 사랑이라는 세계 나는 잘 몰라 먼 데를 바라보는 사람은 착하거나 외로워요 인간은 모두 굶주림에서 출발했어요 내가 반한 것은 사랑이 아니라 그가 데리고 온 거짓말 고마워요, 사랑해요 그 말을 들었으니 내 귀는 충분히 잘 살았어요 가을이 등을 돌릴 때 첫눈은 내려요 생년월일이 없는 몸통을 우리는 눈사람이라고 불러요 나는 밤마다 눈사람이 되는 거죠..

한줄 詩 2021.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