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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의 향기 - 이시백

입술의 향기 - 이시백 살다 보면 이사를 다닌다. 이유야 저마다 다르지만 우리는 터전을 간혹 바꾼다. 서식지를 안전하게 두려는 동물적 감각 살다 보면 다투고, 서운하고 아쉬움이 남는 흔적이 사는 곳마다 있다. 떠돌며 가장 섭섭한 건 추억의 공간이 사라지는 것 또한 포기해야만 하는 미련도 얼마나 많은가 세상이란 떠나는 길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 사는 동안 지상의 가치는 뭘까? 생을 다하는 날까지 고운 말을 해야 한다. 전달하는 말에서 꽃향기가 나야 한다. 이것이 살아있는 날에 최고의 미덕이다. *시집/ 널 위한 문장/ 작가교실 상호보완 - 이시백 물이 흐르는 곳을 바라본다. 수천 년 흘렀어도 지금도 흐르는 강물 나는 멀리서 가마우지의 적시는 발로 대신한다. 예전부터 발을 담그고 생활의 터전으로 살았을 가마..

한줄 詩 2021.11.21

보헤미안 랩소디 - 최서림

보헤미안 랩소디 - 최서림 개미동굴만한 지하방에 세 들어 산다. 가을빛이 피곤하고 우울해 지네처럼 숨어 지낸다. 보헤미안 랩소디처럼 흩날리는 노란 은행잎도 그의 시들어가는 감각을 깨우지 못한다. 안으로 걸어 잠근 마음 문을 두드리지 못한다. 세상이 저만치 따로 굴러간다. 흔들리지 않는 바위도 못되고 세상을 향해 날아가는 짱돌도 되지 못하고 밟히면 부스러지고 마는 부스럭돌이 되고 말았다. 담배냄새 짙게 밴 이불 속에서 모가지만 빼들고 있다. 깡그리 싸질러버리고 싶은 분노도 삭아져버렸다. 창 한 번 휘둘러보지도 못하고 모비딕 아가리 같은 세상 속으로 삼켜지고 있다. *시집/ 가벼워진다는 것/ 현대시학사 빗장 - 최서림 과일 하나도 유기농만 가려서 먹는 그들은 스펀지처럼 보드랍고 상냥하다. 도우미도 강아지도 ..

한줄 詩 2021.11.20

외로운 사람은 외롭게 하는 사람이다 - 이현승

외로운 사람은 외롭게 하는 사람이다 - 이현승 마치 백년 전에도 태극기를 흔들었던 것처럼 오늘의 거리에는 노인들이 많다. 개항과 자주가 붙었다 떨어졌다 했던 백 년 전처럼 태극기 옆에는 유대의 깃발들이 보이고 박근혜 석방, 문재인 OUT을 앞뒤로 새긴 피켓을 향해 박근혜 X X X ! 인도 쪽에서 누가 쏘아붙이자 노인의 눈에서 다시 화염이 일었다. 백두산은 휴화산이 아니라 활화산이었다. 천년 전에 한반도를 1미터 두께로 뒤덮었던 화산재조차 어떤 풍요의 밑거름이 되었을 것이다. 죽은 풍뎅이를 잘라 나르는 개미떼를 보듯 자연의 편에선 다 합리화가 가능하고 잘못된 선택과 행동조차 교훈을 남긴다는 사실이 우리에게 허기보다 착찹한 진실로 남는다. 지난 백 년 동안 제국주의에 맞서고 민주주의를 위해서 싸웠지만 싸우..

한줄 詩 2021.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