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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심 - 강미화

밥심 - 강미화 어금니 채워진 사람은 밥힘이라고 하고 앞니 빠진 사람은 밥심이라고 하던데 이 빼고 틀니로 바꿀 때가 되다 보니 밥심이 맞지 싶다 밥알 하나에 팔십 번 손이 가야 한다는 옛말이 말뿐이것냐 논두렁 밭두렁 걸어보지 못한 부지깽이도 모든 일엔 정성을 드려야 한다는 뜻 아닌가 싶다 미안하다 빵을 더 먹였지 싶다 잘못은 나만 할 테니 밥힘으로 살어라 달리 보약이냐 심덕 곱게 써서 살다 보면 약이 되는 거여 *시집/ 오늘 또 버려야 할 것들/ 문학의전당 지팡이 - 강미화 숟가락 무거운 것도 싫고 더 나이 들면 무얼 가지고 살까 싶다 명아주 말이다 젊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솟구치다, 흔들리다 뭐라도 피워볼까 대 세우다 도로 아미타불 된 거 아닌지 가슴팍을 찌고 말리고 찌고 말리고 수십 번 당하고 사신..

한줄 詩 2021.11.18

여수 바윗골 - 육근상

여수 바윗골 - 육근상 자귀나무 꽃이 도깨비불처럼 창호에 흔들리고 있는 것이어서 나는 마당으로 나와 헛간을 변소를 텃밭을 둘러보다 장꽝 옆으로 난 조붓한 대밭 길 따라 강 마을까지 왔다 지금은 깊은 밤이라서 개 짖는 소리보다 먼 데서 넘어왔을 빗소리 더욱 깊게 드러나 매어놓은 쪽배 곁에 물빛으로 출렁거리고 있는데 강 건너 여수 바윗골 징 소리 가뭇하게 들린다 누이는 차가운 마룻바닥에서 고깔 쓴 노파가 시키는 대로 삼배하고 있을 것이다 내세를 생각하다 북받치는 듯 흐느끼고 있을 것이다 나는 여수 바윗골 다녀온 날이면 온몸 힘 빠지고 불덩이 삼킨 듯 목 타올라 엄니 모시는 일에서 비켜나 뱃전 맴돌고 있다 어느 한 곳 온전히 정착하지 못하고 밖으로만 떠도는 내 쓸쓸함이나 외로움은 출렁거리는 물결 소리로 자란 ..

한줄 詩 2021.11.18

여린히읗이나 반치음같이 - 김용태 시집

요 근래 우연히 선택한 시집에 풍덩 빠졌다. 제목은 다소 낯설고 어렵지만 좋은 시로 가득하다. 갈수록 시가 자극적이거나 달달해져서 겉만 화려하고 내용물이 부실한 시집이 많은데 이 시집은 낯선 포장지에 비해 내용물이 영양가 만점이다. 이름 없는 시인의 첫 시집이 깊은 울림을 준다. 누굴까. 하늘의 별만큼 많기도 한 시인 중에 김용태라는 사람은 이 시집으로 처음 듣는다. 내가 시를 열심히 읽는 편이지만 시인들 만큼 정보가 있겠는가. 문예지를 정기적으로 구독하는 것도 아니고 시를 써 본 적 없기에 지인들과 시에 관한 대화는 더욱 없다. 먹고 살기 바쁜 와중에 틈틈히 시집 코너에서 까다롭게 고른 시집이다. 그게 내가 시인을 알아가는 최선의 방법이다. 파란만장은 아니어도 파란백장은 겪었기 때문일까. 나도 이제 연..

네줄 冊 2021.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