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줄 映

불륜의 시대 - 전규환

마루안 2013. 2. 15. 06:23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무게는 아직 보지 못했으니 지금까지 그의 영화는 네 편을 본 셈이다. 무게는 심의통과를 아직 하지 못해 개봉을 못하고 있단다. 이 영화 불륜의 시대도 심의가 반려되면서 몇 군데 수정을 하고 남성 성기를 모자이크 처리하면서 개봉을 할 수 있었다. 우리 영화는 언제까지 이렇게 만신창이가 되어 개봉을 해야만 할 것인가.

이 영화는 결혼 10년차인 어느 중년 부부의 건조한 일상에서 서로 바람을 피우는 과정과 끔찍한 결말을 잔잔하게 보여주고 있다. 중견 출판사를 운영하는 남편은 한 여류작가와 불륜관계다. 남자는 아무 죄책감 없이 그 여자와 바람을 피우고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태연하게 집으로 간다.

남편의 외도를 알면서도 아내는 모른 채 하는데 아내 또한 어느 날 이태원에서 한 외국인 남자와 우연히 엮이게 되고 우수에 찬 그 남자의 눈동자 속으로 조금씩 빨려들게 된다. 그러던 중 불법체류자였던 그 남자가 강제추방을 당하게 되면서 남자는 고국인 인도 바라나시로 돌아가게 된다.

아내는 그 남자가 잊혀지지 않아 남편에게 지방의 친정집에 잠시 가 있겠다며 인도로 떠난다. 테러로 인한 폭발사고 현장을 보도하는 TV 뉴스를 보게 된 남편은 아내가 그곳에서 부상을 당한 장면을 보고 경악한다. 남편은 아내를 찾아 바라나시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아내의 엄청난 과거를 알게된다. 영화의 결말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비극으로 치닫지만 인파로 가득찬 바라나시의 혼잡한 거리는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이 영화는 그리 친절한 편은 아니지만 전규환 감독의 전작들에 비해 불편한 장면이 많이 줄어들었다. 영화는 크게 세가지 시간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겉으로는 모범 부부처럼 보이는 지극히 평범한 듯한 일상에서 남편과 아내가 각자 바람을 피우는 시간, 그리고 아내의 연애 상대였던 남자가 강제추방이 되자 아내가 그를 찾아 떠나면서 두 부부가 떨어져 있는 시간, 마지막이 바라나시로 아내를 찾아간 인도에서의 시간이다.

이 세 개의 공간을 영화는 교차편집으로 현재와 과거를 수없이 왔다갔다 하기 때문에 잠깐만 한눈을 팔면 그 장면이 어느 시점을 말하고 있는지 놓치기 십상이다. 일찌기 그의 타운 시리즈에서 감지했었지만 전규환 감독의 타고난 재능은 이 영화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고 이 영화 또한 나름 괜찮은 작품이다.

불륜의 시대에 나오는 인물들은 대부분 지식인들이고 밥을 먹어도 허름한 식당에서 짜장면이나 순대국을 먹는 것이 아니라 클라식 선율이 흐르는 고급 양식집에서 칼질을 하며 와인을 곁들인 근사한 외식을 한다. 줄줄이 늘어선 모텔촌의 불빛처럼 이 사회 곳곳에 널린 불륜의 시대답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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