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심 - 강미화
어금니 채워진 사람은 밥힘이라고 하고
앞니 빠진 사람은 밥심이라고 하던데
이 빼고 틀니로 바꿀
때가 되다 보니
밥심이 맞지 싶다
밥알 하나에
팔십 번 손이 가야 한다는 옛말이
말뿐이것냐
논두렁 밭두렁 걸어보지 못한
부지깽이도
모든 일엔 정성을 드려야 한다는 뜻
아닌가 싶다
미안하다
빵을 더 먹였지 싶다
잘못은 나만 할 테니
밥힘으로 살어라
달리 보약이냐
심덕 곱게 써서
살다 보면
약이 되는 거여
*시집/ 오늘 또 버려야 할 것들/ 문학의전당
지팡이 - 강미화
숟가락 무거운 것도 싫고
더 나이 들면 무얼 가지고 살까 싶다
명아주 말이다
젊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솟구치다, 흔들리다
뭐라도 피워볼까 대 세우다
도로 아미타불 된 거 아닌지
가슴팍을 찌고 말리고
찌고 말리고 수십 번
당하고 사신 양반들이 오죽 잘 아시것냐
옹이 박힌 곳 구부러진 곳
어루만져주며 무거울 것 없고 급할 것 없다고
같이 뚜벅뚜벅 가자고 찾는 거지
남의 다리로 살기도 쉽지 않지만
남의 다리 되어 사는 일도
보통 일은 아닌 거여
살아봐서 알것지
걸을 때는 아래를 잘 보고 걸어야
넘어지지 않는 거여
콕콕 집어줄 때 적어둬라
# 강미화 시인은 경기도 안성 출생으로 1998년 <문학세계>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내 안의 분지>, <오늘 또 버려야 할 것들>이 있다.
'한줄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헤미안 랩소디 - 최서림 (0) | 2021.11.20 |
---|---|
외로운 사람은 외롭게 하는 사람이다 - 이현승 (0) | 2021.11.20 |
여수 바윗골 - 육근상 (0) | 2021.11.18 |
예약된 마지막 환자 - 이윤설 (0) | 2021.11.17 |
가당찮은 일들 - 김한규 (0) | 2021.1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