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눈물 속에는 - 김재덕

마루안 2022. 9. 18. 21:55

 

 

눈물 속에는 - 김재덕

 

 

글쎄,

젖지 않는 눈 있을 리 없지만

유난히 슬픈 눈은 있다

 

어젯밤 내린 눈이 그랬다

습설(濕雪)이라더군

작부 속눈썹처럼 떨어져

나뭇가지를 부러뜨리고

지붕을 내려 앉혔다 세상이 야단이다

 

어둠을 지우며 내리는 모습

누군가를 부여안고 내리는 듯 보인다

하늘에서부터 짊어지고 온

전설이나 기억 같은

그런 것들 아닌가

 

창틀에 내려앉은 한 녀석

그렁그렁 녹지도 못하고

망설이다 눈물 왈칵 쏟는다

잠깐 마주보다

주르르 어둠 속으로 떨어져 간 눈물

 

나를 아는 이 아닐까

언젠가

마주 잡은 손 놓고 떠난 이

멀리 갔다 오래 걸려 돌아온

그 사람 아닐까

 

바람으로 구름으로 떠돌다

슬픔으로 뚝뚝 듣는 그 사람

지나는 길에 겨우 들러

얼굴 한 번 보고 떠나는 눈물 같은

그 사람이면 어쩌나

 

젖은 슬픔들

또 울며 내려오는데

 

 

*시집/ 나는 왼쪽에서 비롯되었다/ 곰곰나루

 

 

 

 

 

 

사다리 경제학 - 김재덕

 

 

한때는 집집마다 사다리가 있었다. 지붕에 올라갈 일이 있으면 뒤란에서 들과 와 세웠다. 높이가 모자라면 장대와 각목을 덧대면 더 올라갈 수 있었다.

 

누구나 올라갈 수 있었다.

 

요즘은 A자 모양 알루미늄으로 만든다. 높이가 모자라면 펼쳐 두 배를 만들어 이층에도 올라갈 수 있다. 집에는 없고 사람을 사면 사다리도 따라온다. 올라가는 일에도 돈을 줘야 한다.

 

아무나 올라갈 수는 없다.

 

지붕에 올라간 사람들이 사다리를 치워 버리기도 한다. 다시는 내려갈 일 없노라 절대로 올라올 수 없노라 윽박지르기도 한다. 그저 올려다볼 뿐 그 위에서 뭔 일이 있는 지 알 수도 없다.

 

아무도 올라갈 수가 없다.

 

높은 곳은 높은 이들의 소유다.

사다리는 이제 떡볶이 값 치를 사람 정할 때만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