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모든 계절 - 박노해
봄은 볼 게 많아서 봄
보이지 않는 것을 미리 보는 봄
여름은 열 게 많아서 여름
안팎으로 시원히 문을 여는 여름
가을은 갈 게 많아서 가을
씨앗 하나만 품고 다 가시라는 가을
겨울은 겨우 살아서 겨울
벌거벗은 힘으로 근본을 키우는 겨울
그러니 내 인생의 모든 계절이 좋았다
내 인생의 힘든 날들이 다 희망이었다
*시집/ 너의 하늘을 보아/ 느린걸음
회갑(回甲)에 - 박노해
60갑자 생의
한 순환을 완주한 나이
회갑(回甲)에,
첫마음의 등불을 들고
내 살아온 날을 비춰본다
스무 살에
나는 결심했다
그리고 썼다
저를 쉽게 죽지 말게 하시고
고문대 위에서 내 사랑하는 이들을
배신하지 않게 하시고
가난과 고난과 비난 가운데
꿋꿋이 나의 길을 가게 하시고
내 생의 최후의 마침표로
약속을 지키게 하소서
살아남은 나는
세 번째 스무 살,
회갑에 다시 쓴다
하던 대로
해오 것을
끝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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