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뒤에도 - 고원정
오랜만에 옛 선배의 묘를 찾아갔더니
그 선산을
중장비로 파헤치고 있었다
이리저리 연결해서 미망인 형수와
이십몇 년만에 통화를 했는데
문중에서 산을 팔았다고
공원묘지로 옮겼다고 했다.
죽은 사람의 새 주소를 받아적었다.
늘 호젓하던 후배 10주기라고
어느 시립공원묘지에 혼자 갔는데
납골당 그 유골단지에
그 부인 이름까지 씌어있었다
4년 전에 세상 떴다 적어놓았다
사진도 독사진에서
신혼여행 부부사진으로 바뀌었다.
지금도 저렇게들 웃고 있을까?
(······)
(······)
죽은 뒤에도 사람들은 살아간다
이사도 다니고
늦게 온 사람과 만나기도 하고
밀린 이야기도 나누겠지
우두커니 그 앞에 서 있다가
돌아서는 내 등에 대고
나직하게 물어보기도 한다.
괜찮으냐고
보이지 않는 삶보다
눈에 보이는 삶이 더
춥고 적막한 건 아니냐고
살아있는 사람들끼리는
차마 하지 못할 말이 있어서
오늘도 다녀가는 게 아니냐고
왜 그냥 가느냐고
*시집/ 조용한 나의 인생/ 파람북
내일이 지나간다 - 고원정
-추억에서, 열일곱 살
내일이 지나간다
백년 뒤에 내릴 비가
앞서가는 이의 어깨를 적시고
살아보지 못한 날들의 추억
아직 오지 않은 사랑이
남겨놓은 상처
뜨기도 전에 떨어져
젖은 별들을 밟고 가며
나는 소망한다
언젠가는 나도
소년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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