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나무와 함께 비를 맞다 - 변홍철

마루안 2022. 7. 6. 22:56

 

 

나무와 함께 비를 맞다 - 변홍철

 

 

너는 한때 행복했던 왕자의 동상처럼

황금의 깃 다 떨구고 섰구나

 

그러나

오늘 우리 발등에 쌓이는 것은

거름이 되지 못하는 슬픔

 

그리하여 바닥에 들러붙은 모멸

무거운 청구서와 마지막 달력

 

서글퍼라

곱은 손가락으로는

집을 수 없는 실마리여

 

허리 굽혀 더듬어보아도

폐선의 간이역에 뒹구는

도산한 노을 왕국의 채권들뿐

 

돌아갈 차표 한 장 살 수 없다고

찬비는 내린다

 

 

*시집/ 이파리 같은 새말 하나/ 삼창

 

 

 

 

 

 

비 오는 날 - 변홍철

 

 

라면 하나에 국수사리 한 줌 더해 끓인다.

 

콩나물 넣고, 고춧가루도 넉넉히 풀었다.

 

마당에 감꼭지 다 떨어지고, 모과나무는 수두를 앓듯 이파리 죄 병들었다.

 

반주로 소주. 어머니 한 잔, 나는 석 잔.

 

단오 무렵, 어머니는 팔순을 맞는다.

 

조금 퍼진 것을 좋아하는 것은 내가 어머니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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