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함께 비를 맞다 - 변홍철
너는 한때 행복했던 왕자의 동상처럼
황금의 깃 다 떨구고 섰구나
그러나
오늘 우리 발등에 쌓이는 것은
거름이 되지 못하는 슬픔
그리하여 바닥에 들러붙은 모멸
무거운 청구서와 마지막 달력
서글퍼라
곱은 손가락으로는
집을 수 없는 실마리여
허리 굽혀 더듬어보아도
폐선의 간이역에 뒹구는
도산한 노을 왕국의 채권들뿐
돌아갈 차표 한 장 살 수 없다고
찬비는 내린다
*시집/ 이파리 같은 새말 하나/ 삼창
비 오는 날 - 변홍철
라면 하나에 국수사리 한 줌 더해 끓인다.
콩나물 넣고, 고춧가루도 넉넉히 풀었다.
마당에 감꼭지 다 떨어지고, 모과나무는 수두를 앓듯 이파리 죄 병들었다.
반주로 소주. 어머니 한 잔, 나는 석 잔.
단오 무렵, 어머니는 팔순을 맞는다.
조금 퍼진 것을 좋아하는 것은 내가 어머니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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