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노동자 변호사 - 송경동

마루안 2022. 7. 3. 22:45

 

 

노동자 변호사 - 송경동

 

 

민주노총 구석 자리 하나 얻어

노동법률원을 처음 열었을 때

 

노동자들이 와서

"법에 저촉되지 않고 싸울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물으면

이 사람은 제대로 싸울 수 없겠구나 했다

"합법적으로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물으면

노동자들이 법으로 싸워 이길 길은 없지요

솔직히 말해주었다

 

기존의 법을 뛰어넘어

새로운 법을 만들려고 싸울 때만이

비로소 노동자는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간명한 사실밖에

변호할 게 없었다 한다

 

 

*시집/ 꿈꾸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 창비

 

 

 

 

 

 

토대 - 송경동

 

 

사회운동 한 삼십년 쫓아다니다보니

이젠 조금 알겠다

 

노동자 민중 정치를 하겠다는 이들 중에도

나는 대장만 하고 싶어요 하는 이 많다

 

혁명을 이야기하며 권력을

수단이나 독점으로 사유하는 이

'나'나 '우리'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면

아무리 옳아도 보이콧하는

종파주의 분열주의자도 정말 많다

 

그런 우리의 세세한 욕망과 편협함이

고루 챙겨지고 나서야 오는

혁명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러나 아직도 모르겠는 것이 있다

과실이나 결과를 탐하지 않고

불의와 폭력에 맞서다 이름 없이 스러지는

더 수많은 이들의 선한 의지는

도대체 어디서 발원하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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