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진정한 멋 - 박노해

마루안 2022. 6. 26. 19:15

 

 

진정한 멋 - 박노해

 

 

사람은 자신만의

어떤 사치의 감각이 있어야 한다

자신이 정말로 좋아하는 것을 위해

나머지를 기꺼이 포기하는 것

제대로 된 사치는 최고의 절약이고

최고의 자기 절제니까

 

사람은 자신만의

어떤 멋을 간직해야 한다

비할 데 없는 고유한 그 무엇을 위해

나머지를 과감히 비워내는 것

진정한 멋은 궁극의 자기 비움이고

인간 그 자신이 빛나는 것이니까

 

 

*시집/ 너의 하늘을 보아/ 느린걸음

 

 

 

 

 

 

내가 죽고 싶은 자리 - 박노해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하루하루 살아간다고

 

그러나 실은 하루하루

죽어가는 것이 아닌가

 

우리 모두는 결국

죽음을 향해 걷고 있다

 

언젠가 어느 날인가

죽음 앞에 세워질 때

 

나는 무얼 하다 죽고 싶었는가

나는 누구 곁에 죽고 싶었는가

 

내가 죽고 싶은 자리가

진정 살고 싶은 자리이니

 

나 지금 죽고 싶은 그곳에서

살고 싶은 생을 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