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무지개 피던 날 - 김용태
먼 바다를 가는 꿈을 꾸었습니다
추억마저 빈곤했던 유년시절
물사마귀처럼 불거진 일 하나
젖은 얼룩으로 번져
큰물 지던 날
신던 것보다 손에 들고 다녔던 적이
많았던 고무신, 그 한쪽을
속절없이 떠내려 보내고
아버지 눈을 피해
어머니 머리에 인 보리쌀 닷 되, 그 속엔
주린 당신의 여러 끼니와
긴 여름 해 하루치의 노동이
고스란히 똬리로 앉아
남아 구실을 할 수 없던
다른 한쪽을 어떻게 하였는지는
이제 떠오르지 않고
비 갠 서쪽 하늘 위로
쌍무지개만 울멍울멍
피어 올랐던 기억
그날 밤 잠속에서 나는,
어머니의 마른 울음 뒤로
떠내려 보낸 고무신 찾아
먼 바다로 가는 꿈을 꾸었을지도 모릅니다
*시집/ 여린히읗이나 반치음같이/ 오늘의문학사
면회 - 김용태
가끔씩
다음 생이라도 다녀오시는지
그곳의 삶 또한 빈궁했던 것일까,
어머니는 먹을 것만 찾으신다
오늘은
온전한 어머니와 한나절을 보냈다
그의 기억과 내 기억을 포개어
눈 맞추고 울고 웃다
애써 돌아 나오는 길
다시
후생의 문턱을 더듬고 계신 걸까
아저씨, 또 오라는 말씀
꽃물 가득 번졌다
'한줄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연도 긴 세월 앞에 부질없어 - 부정일 (0) | 2022.06.28 |
---|---|
진정한 멋 - 박노해 (0) | 2022.06.26 |
어둠이 드는 저녁 들판에 서서 - 류흔 (0) | 2022.06.25 |
마수걸이 - 서화성 (0) | 2022.06.22 |
지진처럼 꽃피다 사라진 - 성은주 (0) | 2022.06.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