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쌍무지개 피던 날 - 김용태

마루안 2022. 6. 25. 22:09

 

 

쌍무지개 피던 날 - 김용태

 

 

먼 바다를 가는 꿈을 꾸었습니다

 

추억마저 빈곤했던 유년시절

물사마귀처럼 불거진 일 하나

젖은 얼룩으로 번져

 

큰물 지던 날

신던 것보다 손에 들고 다녔던 적이

많았던 고무신, 그 한쪽을

속절없이 떠내려 보내고

 

아버지 눈을 피해

어머니 머리에 인 보리쌀 닷 되, 그 속엔

주린 당신의 여러 끼니와

긴 여름 해 하루치의 노동이

고스란히 똬리로 앉아

 

남아 구실을 할 수 없던

다른 한쪽을 어떻게 하였는지는

이제 떠오르지 않고

비 갠 서쪽 하늘 위로

쌍무지개만 울멍울멍

피어 올랐던 기억

그날 밤 잠속에서 나는,

어머니의 마른 울음 뒤로

떠내려 보낸 고무신 찾아

먼 바다로 가는 꿈을 꾸었을지도 모릅니다

 

 

*시집/ 여린히읗이나 반치음같이/ 오늘의문학사

 

 

 

 

 

 

면회 - 김용태


가끔씩
다음 생이라도 다녀오시는지

그곳의 삶 또한 빈궁했던 것일까,
어머니는 먹을 것만 찾으신다

오늘은
온전한 어머니와 한나절을 보냈다
그의 기억과 내 기억을 포개어
눈 맞추고 울고 웃다
애써 돌아 나오는 길
다시
후생의 문턱을 더듬고 계신 걸까

아저씨, 또 오라는 말씀
꽃물 가득 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