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어느 친구의 죽음 - 박인식

마루안 2022. 1. 28. 22:04

 

 

어느 친구의 죽음 - 박인식

 

 

오래 못 본 친구에게 전화 넣었다

아내가 대신 받아

 

애 아빠가 지금 막 숨을 거둬,,,,

 

그녀 통곡에 깨어난 꿈

 

나는 곧 그 친구가 몇 년 전에 세상을 떠난 사실을 기억해내

친구 아내에게 전화 걸었다

이번에는 아내가 아니라 죽은 친구가 전화 받더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죽은 사람은 내가 아니라 너잖아 거기가 어디야 그때가 언젠데 이제야 전화하는 거야

 

친구의 놀란 목소리에 다시 깨어나도

 

여기가 어디인지 그때가 언제인지

알 수 없는

꿈 속의

 

 

*시집/ 내 죽음, 그 뒤/ 여름언덕

 

 

 

 

 

 

뒤돌아보니 - 박인식

 

 

꼬마야

 

누가 불러 뒤돌아보니

아무도 없었고

쇼윈도 유리창에 웬 백발 노인네만 비쳤던

고개 한 번 돌렸는데

일생이 다 흘러가버린

거기

 

여기는

할아버지

부르는 소리에 뒤돌아보면

꼬마의 내가 내 뒤에 서 있는

 

그런 꼬마의 내가 없다 한들

아무도 태어나거나 죽는 일이 없는

 

누구도 어떤 일도 없는

다만

절대고독

여기

 

 

 

 

*시인의 말

 

그날

바위에서 죽었다

 

이 죽음일기는

내 삶에 던진

내 죽음의 농담

 

그러니까

내가 아직 죽어 있다는

죽음의 거짓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