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불면(不眠) - 김용태

마루안 2021. 11. 6. 22:03

 

 

불면(不眠) - 김용태

 

 

언제부터였던가

도무지 가둘 수 없는 마음,

문득 잠 깨 더듬어 보니

이 밤 어디를 떠도는 것인지

 

그리도 일렀건만

혹여

절집 돌담 아래 쪼그리고 앉아

눈 맞추고 있는지,

꼬옥 끌어안고 꿈같은 잠이나

자고 있는지

 

예전의 일처럼

그 사랑에 버림받고

길모퉁이 돌아 울며 취해 있는지

아니면

이도 저도 지쳐, 그만

통도사 홍매화라도 보러 갔는지

 

누옥에 젖은 자리다만

늑골 안쪽

훤히 드러난 네 자리

 

스미듯 들어와, 그만

나를 재워다오

 

다시 새벽이다

 

 

*시집/ 여린히읗이나 반치음같이/ 오늘의문학사

 

 

 

 

 

 

여린히읗이나 반치음같이 - 김용태


살다 보면 때로는 잊는 것이
기억하는 것보다 더 어려울 때가 있나니
하물며 그것이 사랑의 일이라면,
사랑도 더러는 죄를 짓는 일이거니

당신과 나
철 늦은 사랑을 해서

내 떠나 온 어느 한 날, 당신
달 아래 들려오는 산짐승 소리가
애타게 기다리는 내 목소리인 거 같아
그만 환하게 달아올랐다던,
이젠 그도 지쳐
신의 심판이 없는 곳
물과 뭍의 아득한 경계에서
황도 등에 탄 유로페를 꿈꾸다가
절해 외딴 섬에 떠밀려
외로이 등대만 천날만날 바라보다
십일월의 하늘 아래
소멸이되 소멸이지 않음을 꿈꾼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