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미는 의문 - 서상만
-작심 3
그래, 올 그믐을 넘기면
나 몇 살이지
오늘 이 노을
내일 저 바람 따라가며
무명에 잠들지 못하고
침침한 눈까지 가납하며
나잇살로 버티는
우련 내 속내가 뭣인가
무늬도 향기도 날아간
하구의 망부석처럼
망가지고 일그러진 고독
발동선 한 척 얻어 타고
나, 이제 분월포에 가서
흔들의자에 잠길까 보다
*시집/ 그런 날 있었으면/ 책만드는집
하늘은 - 서상만
사람들은 왜 하늘을
우러르고 원망하고 빌고 탄식하는지
시원의 나라, 그곳은
언젠가 우리들 돌아가야 할 곳
하느님은 해결사, 갠 날은 태양을
흐린 날은 눈물로 비 뿌리며
피눈물보다 더 맑고 냉정한 백설
생피 같은 먼동과 노을을 차려놓고
이 세상과 대면하고 있다
오늘 밤 나의 소원은 별에 지는 것
'나, 별무리 따라 빙빙 돌다
낱별이나 되면
먼저 간 그리운 님을 찾아
비췻빛 은하에 비닐하우스라도 지으리'
누구든 막막하면 진정으로 고백하라
입 속의 혼잣말은 고독일 뿐
하늘은 늘 빈자들을 꿈꾸게 하며
스스로 판 무덤에 삶을 접어버린
죄 없는 사람들 가슴에 동거하나니
침묵하지 말라 침묵하면 길이 없다
*시인의 말
그동안 절제니 여백이니 하며 아낀 말들이
세월 따라 어리둥절 사라져 버렸다
젊은 날 나를 못살게 치근대던
용감한 치어(稚魚)들마저 새삼 그리울 때가 있다
하기야 이빨 한 두어 개 빠졌다고 맛을 못 보기야
어눌하고 좀 굼뜬들 그 어떠리
홀로, 고독한 파도에 휩쓸리며 終詩에 몰두하는 것
그것은 이제 내 정체성을 위한 마지막 신앙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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