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나를 미는 의문 - 서상만

마루안 2021. 9. 9. 19:34

 

 

나를 미는 의문 - 서상만

-작심 3

 

 

그래, 올 그믐을 넘기면

나 몇 살이지

 

오늘 이 노을

내일 저 바람 따라가며

무명에 잠들지 못하고

 

침침한 눈까지 가납하며

나잇살로 버티는

우련 내 속내가 뭣인가

 

무늬도 향기도 날아간

하구의 망부석처럼

망가지고 일그러진 고독

 

발동선 한 척 얻어 타고

나, 이제 분월포에 가서

흔들의자에 잠길까 보다

 

 

*시집/ 그런 날 있었으면/ 책만드는집

 

 

 

 

 

 

하늘은 - 서상만

 

 

사람들은 왜 하늘을

우러르고 원망하고 빌고 탄식하는지

 

시원의 나라, 그곳은

언젠가 우리들 돌아가야 할 곳

하느님은 해결사, 갠 날은 태양을

흐린 날은 눈물로 비 뿌리며

피눈물보다 더 맑고 냉정한 백설

생피 같은 먼동과 노을을 차려놓고

이 세상과 대면하고 있다

 

오늘 밤 나의 소원은 별에 지는 것

 

'나, 별무리 따라 빙빙 돌다

낱별이나 되면

먼저 간 그리운 님을 찾아

비췻빛 은하에 비닐하우스라도 지으리'

 

누구든 막막하면 진정으로 고백하라

입 속의 혼잣말은 고독일 뿐

하늘은 늘 빈자들을 꿈꾸게 하며

스스로 판 무덤에 삶을 접어버린

죄 없는 사람들 가슴에 동거하나니

침묵하지 말라 침묵하면 길이 없다

 

 

 

 

*시인의 말

 

그동안 절제니 여백이니 하며 아낀 말들이

세월 따라 어리둥절 사라져 버렸다

 

젊은 날 나를 못살게 치근대던

용감한 치어(稚魚)들마저 새삼 그리울 때가 있다

 

하기야 이빨 한 두어 개 빠졌다고 맛을 못 보기야

어눌하고 좀 굼뜬들 그 어떠리

 

홀로, 고독한 파도에 휩쓸리며 終詩에 몰두하는 것

그것은 이제 내 정체성을 위한 마지막 신앙이 되었다

 

 

'한줄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실면증 - 손병걸  (0) 2021.09.10
일일 연속극 - 김해동  (0) 2021.09.09
흰머리 진행 경위서 - 이송우  (0) 2021.09.08
흘러간 그 노래 - 차영호  (0) 2021.09.08
말씀과 삶 -박민혁  (0) 2021.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