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노을 강 - 육근상

마루안 2021. 9. 2. 21:46

 

 

노을 강 - 육근상

 

 

눈물은 강물 같아서

슬픔이 울컥 나를 데리고 강으로 간다

 

영영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사랑이

얼마나 외롭게 했는지 피 말리게 했는지

미쳐버리게 했는지

흩날리던 꽃잎도 강가에 와서는

또 한 번 뒤척이다 강물 소리로 돌아간다

 

덩어리째 떨어진 울음도

한쪽 다리 절며 서쪽으로 가고

텅 빈 방에서 노을 강 바라보는데

타다 남은 낮달이 흘러내린 이마가 벌렁거리는 심장이

다하지 못한 말처럼 훌쩍훌쩍 흘러간다

 

 

*시집/ 여우/ 솔출판사

 

 

 

 

 

 

새 떼 - 육근상

 

 

새 떼 날아오르자 먹감나무 이파리가 꼬리 흔들며 내려 앉았다

 

마당 켠 가마솥 아궁이로 몰려든 먹감나무 이파리에 눈알 하나하나 붙여주었다 개중 몇몇은 억새 바람에 홀려 호수로 돌아가기도 하였다


봄날 끝자락에 피어 당숙한테 머리끄덩이 잡힌 엄니는 말 한마디 하지 않고 가을 깊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그음이면 호수 건너려 발등에 금이 간다는 붉은 바위 앉아 엄니 기다려도

보따리 들고 오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새 떼로 돌아가시겠지만
아궁이 앞 앉아 먹감나무 이파리에 눈알 붙여 엄니 계신다는 쪽으로 날려 올리자
매운 연기가 기럭기럭 날아갔다

 

 

 

 

# 육근상 시인은 1960년 대전 출생으로 1991년 <삶의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시집으로 <절창>, <만개>, <우술 필담>, <여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