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당신이 가진 것 중에서 가장 작은 것 - 김대호

마루안 2020. 12. 26. 19:08

 

 

당신이 가진 것 중에서 가장 작은 것 - 김대호


참혹은 체한다
물래 삼킨 비겁도 체한다
육성으로 누군가에게 아름다운 말을 전할 때
참혹은 섞여 있다
편집된 비겁이 섞여 있다
아름다운 것을 찾아 일생을 낭비했는데 불순의 세포가 아름다운 것의 최대라는 것을 알아버린 것은
최근의 일
그리고 아름다운 것은 최소로만 반짝인다는 것
당신이 원하는 것을 나는 줄 수 없다
당신은 떠나고 나는 남기에
나는 떠나고 당신이 남기에
목 아래 참혹이 체해서 꺽꺽대는데 아름다운 것의 최대가 눈에 어린다
내가 보고 가는 것은 이 세상의 최소이다


*시집/ 우리에겐 아직 설명이 필요하지/ 걷는사람

 

 

 

 

 

 

주술 - 김대호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을 건드렸다고 말하는 게임 광고를 보면서 나는, 아찔하다 내가 건드린 것은
건드리면 안 되는 것이었고 건드려서 이득 볼 것 없는 것이기에

그것을 건드린 후 나는 어두운 쪽으로만 걸었다 나는 소문이 되었다 나는, 자꾸 어딘가 나빠졌다

그 후에도 내 날씨는 무언가를 그리워하는 기온에 머문다 맑아지기 위해 바닥까지 내려가 임상을 했다 그 자해로 인해 자신에게 번번이 속는 습관을 갖고 말았다

내 주술은
남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이는 것
눈을 감으면 더 많이 보인다는 것
주술을 풀어야 한다
파란 약 빨간 약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먼저 지나간 일부터 빨리 정리해야 한다
과거의 치명적인 과오는 현재를 살기 위해 깨끗하게 정리했다고 생각했는데
악몽에게 들키고 비 오는 날 알 수 없이 찾아오는 허망에 들키곤 한다
보는 것이 죄가 된다

모든 것을 무기물로 만든 뒤 흔적만 보여주는 것이 바람이라면, 그 끝에 내 조상이 있고 바람의 현재가 내 후기일 것이다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을

그대여
그리고 이 낱낱의 저녁이여
아주 작은 소품을 안고 너를 우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