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대머리 - 서정춘
아들아
나 어느 한 때 떠돌이로
삐리광대였느니
어렵사리 길은 멀고
한두 끼니 건넜을 때 울컥
거린 울분을 물키듯 퍼마시며
여기까지 흘러와
저 열두 발 폭포처럼
토악질처럼
북장단도 없이
쑥대머리 불렀느니
*시집/ 하류/ 도서출판b
파묘 - 서정춘
아버지 삽 들어갑니다
무구장이 다 된 아버지의 무덤을 열었다
설다선 이빨의 두개골이 드러나고
히힝! 말 울음소리가 이명처럼 귓전을 스쳤다
어느 날도 구례장을 보러 말 구루마를 끌며
하늘만큼 높다는 송치재를 오를 때
마부 아버지와 조랑말이
필사적인 비명을 들은 적이 있었다
*시인의 말
하류가 좋다
멀리 오고 오래 참고 끝까지 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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