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목포의 눈물 - 김종필

마루안 2019. 8. 30. 21:33



목포의 눈물 - 김종필



헤어진 애인이 숨어 있을 것 같은
늙은 도심을 거친 파도처럼 쏘다니다
조산소 골목길에서 서성거릴 때
귀를 적시는 목포의 눈물


뱃놈에게 몸뚱이도 팔지만
죽어도 뱃놈은 싫어
뱃고동 멀어지는 부두의 이별은
속을 게워내는 배 멀미야


삼학도에 바람 불고
첫눈이 내리면
날 버린 빌딩 숲으로 돌아갈 거야,


커피 배달이 끝나면
나도 보통 여자로 산다는


벗으라면 벗겠어요
허벅지 장미가 붉도록 우는 장미


속절없는 등대처럼 살지만
삼학도를 떠나는 뱃고동 들을 때
노적봉 적시는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
목포의 눈물이 뜨겁구나



*시집, 쇳밥, 한티재








홍사원 - 김종필



스물다섯의 홍사원은
나를 삼촌이라 부르며 따라다닌다.
큰돈을 벌겠다고
캄보디아 친정에 아이 둘만 떼 놓고 왔지만
한국에서도 돈 벌기는 사금을 치는 것보다 힘겹다.
섬유공장에서 야근을 하고 잠든 기숙사에서
공장장에게 겁탈 당할 뻔했고
외국인 노동자들도 마음만 놓으면
주인 없는 인형처럼 때도 없이 주물렀다.
캄보디아에 남겨진 아이들이 없었다면
죽을 각오로 덤볐거나
스스로 세상과 이별을 했을 거라고 했다.
뭇 사내의 구역질 나는 손길에서 벗어나려고
파키스탄 노동자 알리와 동거를 하면서
한 공장에 정착할 수 있었지만
지병을 앓던 아버지는 쉰을 넘기지 못했고
상을 치르고 돈 때문에 돌아왔으나
파키스탄에 가서 식 올리고 살겠다던 알리는
불법체류로 강제 추방을 당했다.
눈물이 말라 미친년처럼 웃고 다니며
살고 살아가야 할 이유
예쁜 아이들의 사진만이 위로였다.
그럴수록 이를 악물고 철판을 잘랐지만
방세 몇 푼이라도 아끼려고
동족의 손가락질에도 아랑곳없이
다섯 살 어린 고향 사내와 다시 동거를 하며
한 달 더 하루만 더 불법체류자가 되었고
금수강산 한국은 허우적거릴수록 깊어지는 늪이었는데
출입국사무소 강제추방 대기 중에 전화가 왔다.
삼촌 사랑해요. 고맙습니다.
어눌한 목소리에 비로소 눈물이 묻어 있었다.
행복하게 살아, 홍사원.






# 모든 예술가들이 그렇겠지만 시인도 세상에 나온 작품은 자식과 같을 것이다. 이 시인은 자식처럼 자길 꼭 닮은 시를 쓴다. 시중에 넘쳐나는 시들 중에는 자신을 닮지 않은 마네킹 같은 시가 수두룩하다. 위 두 시는 적당한 자극을 주는 사회성에다 마음을 정화시키는 서정성까지 시인의 착한 심성이 담긴 시가 긴 울림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