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출근에 대하여 - 박정원

마루안 2019. 1. 2. 19:58

 

 

출근에 대하여 - 박정원

 

 

내가 누구보다 일찍 출근하는 것은

일에 대한 불타는 사명감에서이다

어제의 흔적을 지우고 싶어서이다

잠자는 서류들을 깨우기 위해서이다

제일 먼저 창문을 열고 싶기 때문이다

같이 퇴근했던 사람들을 맨처음 보고 싶어서이다

오늘 해야 할 일들을 맑은 정신으로 정리하기 위함이다

그래야만 승진을 하기 때문이다

새벽 공기가 상큼하기 때문이다

시간을 바지런히 쪼개어 쓰려니까 그렇다

아니다

순전히 습관 때문이다

아니, 아니다

언젠가는 이 사무실과도 헤어져야 하니까 그렇다

신지식이나 기술도 없어 돈벌이 할 곳이 마땅찮아서이다

사실은

그만 둘 배짱이 없어서이다

 

 

*시집, 꽃은 피다, 시문학사

 

 

 

 

 

 

사람다운 사람 - 박정원

 

 

외진 곳에 홀로 핀 들꽃일수록 아름답다

오랜 시름을 견뎌낸 매미소리일수록 우렁차다

깊푸른 바다일수록 고요하고 괴괴하다

먼길을 달려온 강물일수록 유유히 흐른다

목숨의 위협을 받아야만 짐승은 거칠다

 

나는 외롭고 쓸쓸한 사람을 좋아한다

가난하고 소박한 사람을 좋아한다

깊은 아픔을 간직한 사람을 좋아한다

변함없는 사람을 좋아한다

따뜻하게 베푸는 사람을 좋아한다

 

눈물이 많은 사람이 사람이다

가난한 사람이 사람이다

고통을 이겨낸 사람이 사람이다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사람이다

마음이 곧 사람이다

 

마음으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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