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는 - 권순학
내 나이는
내게 달린 추다
걸음마다 비틀거리는 나
햇살이나 그림자처럼 더나 덜 나가면
얼른 기우뚱 제 몸 던져
제자리 잡아 주는 추다
새가 하늘 높이 날 수 있는 것은
박차고 밀치는 날갯짓 때문이 아니라
비우고 또 비우려는 그의 추 때문이리라
언제부턴가 내게 돋은 날개는
푸드덕거릴 뿐
아무 때나 새가 되지 않도록
제 속 구석구석 비우고 다지는 내 추
버거워지는 날
나 그때 돌아가리라
*시집, 바탕화면, 시학사
달인 - 권순학
비탈진 허리는 균형 잡기 달인이다
험한 곳일수록 궂은 날일수록
그의 묘기 빛을 더한다
사시사철 산비탈 오르내리며 단 한 번도
구르지도 미끄러지지도 않으려고
오뚝이보다 더 부지런 떤 그의 내력
허리 굽혀 보지 않은 자는 알 리 없다
해를 등진 비탈 아래
담벼락에 널린 햇살 발라 온기 나누는
주름마다 그렁그렁 찬 내력 쿨럭쿨럭 뱉는
비탈진 허리마다 분주하다
흘러내리는 그림자 비탈에 널어 두고
분주한 허리 쫓아 고물고물하는 황혼
그도 균형 잡기 달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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