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포르노 배우가 꿈인 딸 - 박남원

마루안 2018. 6. 26. 19:28

 

 

포르노 배우가 꿈인 딸 - 박남원


아버지를 살해하기로 결심한 아들과
딸을 강간하려 마음먹은 아버지와
포르노 배우가 꿈인 딸들이
나란히 손을 잡고 걸어간다.

바람이 불고 눈이 오려나
지구가 부서지고 별똥별이 날리려나

드디어 아버지를 살해한 아들과
딸을 강간한 아버지와
포르노를 찍은 딸들이
태연히 손을 잡고 걸어간다.

바람이 불지 않고 눈이 오지 않는다.
지구가 부서져도 별똥별이 날리지 않는다.

 

 

*시집, 캄캄한 지상, 문학과경계사

 

 

 

 

 

 

희망의 시신 - 박남원

 

 

노을이 술에 취해 쓰러져 있는 동안

희망의 시체들이 낙엽으로 뒹굴었다.

바람이 그것들을 데리고 골목으로 사라졌다.

사라진 골목으로부터 다시 바람이 불었다.

 

세상의 모든 고통도 눈물도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것이다.

술 취한 노을 곁에 마침내 쓰러져

오래 오래 잠들게 될 것이다.

 

 

 

 

# 박남원 시인은 1960년 전북 남원 출생으로 숭실대 독문과를 졸업했다. 1989년 <노동해방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막차를 기다리며>, <그래도 못다 한 내 사랑의 말은>, <사랑의 강>, <캄캄한 지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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