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내 무덤에 오늘을 묻는다 - 이창숙

마루안 2018. 1. 14. 12:02



내 무덤에 오늘을 묻는다 - 이창숙



'사랑해야지' 그 말
아침이 지나고 나면 늘상 추위로 맴돌다가
한낮에 볼 붉은 믿음이다가 끝내
하얀 저녁강이 되고마는
나의 노래


죽음 같은 잠의 젖살이 오를 때쯤
포식한 어둠이 창문을 댕댕 두드리며
내 의식에 길을 낸다
돌아갈 작은 집에 불꽃 일렁이고
침묵하던 늦겨울 밤이
제 몸 가르고 맨살을 찢어
벼랑에 십자가 하나
꽂는다
오늘도 작별을 쓴다
슬픈 詩로.



*시집, 그대 안에 길을 내어, 마을








어머니의 섬 - 이창숙



잠들지 않는 바다로
길 하나 이끌고 저무는 밤
검게 물든 수평선 위로
여름을 보낸
어머니의 늙은 얼굴이
하얀 불꽃으로 밀려온다
세상으로의 문 밖 외출을
영원한 이별을
힘겨운 바람처럼 들려주면서
'아픈 시간을 다 챙길 수 없구나'
흔적없이 자라던 고독한 섬은
바다로 점점 미끄러져만 간다


아침을 나르기 위해
새벽 어둠의 계단
몇 번이나 두드렸을까
집 한 채 영혼 속에 짓지 못하고
당신의 모습
이제 영영 별 속에 묻으시렵니까.





# 30년이 넘은 시집에서 슬픔이 확 밀어닥친다. 슬픔의 유통기한은 얼마일까. 긴 시간이 흘러 제대로 숙성된 슬픔이 마음을 서늘하게 하는 겨울날이다. 이 지독한 추위는 언제 떠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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