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강을 건너듯 길을 건널 때 - 김진환

마루안 2017. 12. 3. 21:07



강을 건너듯 길을 건널 때 - 김진환

 
 

노여움을 거두자 날이 저문다
햇살 반짝이며 흘러가던 강물 돌아눕고
사람들 어두워지며 집으로 돌아간다
풀기 잃은 모습으로 풀어진 모습으로 돌아가지 말자
배가 고파 오지 않느냐 따뜻한 술로 슬픔을 녹이기엔
아직 마음 여기저기 쓰라림 잔불처럼 남아 있다
노여움을 거두자
노여움은 거짓 절망을 만든다
참으로 노여워하기 위해서는 별이 돋아나기 전
순순히 마음을 돌려야 한다
마음은 사랑하고 있지 않느냐
 

....강을 건너듯
길을 건널 때....


마음이여 이제는
눈물이 따뜻한 나이가 되어야 한다

 


*김진환 시집, 새벽의 내력, 그루


 






저문 강물 - 김진환



그래, 산다는 것은 지치는 것이다 기다림도 돌탑처럼 허물어지고 그리움도 늦은 저녁의 강 물결처럼 빛깔을 바꾼다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을 언제까지나 기다리는 남은 그리움이 있다면 오지 않는 사랑을 견디는 외로움이 홀로 먼 불빛처럼 남아 또렷이 불 밝힐 수 있다면


어둠은 그렇게 오고, 상심의 깊이만큼 이름 없는 꽃들이 풀들이 나를 쓰다듬어 주리니 강의 하구에서 만나는 모든 흔들리는 것들은 저 홀로 남아 그리워하며 깊어져간다





# 김진환 시인은 1959년 대구 출생으로 계명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2010년 <사람의 문학> 신인문학상에 당선되면서 문단에 나왔다. 지천명을 넘긴 늦은 나이에 첫 시집인 <새벽의 내력>이 그루에서 나왔다. 한국작가회의 회원이며 현재 문경여고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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