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다는 말 - 조찬용
이순이 가까운 시절
한때 찔레꽃같이 피었다 시든 그 유장한 길들의 몸부림을 생각하면
그립지 않은 것들이 없다
살아온 게 아니고 밥벌이에 목을 매 살아진 게 아니었느냐고 말을 해도
이젠 낯부끄러울 것 없는 이유와 덤덤해진 변명
아물아 흘러온 인생아,
남은 시절은 또 얼마나 그리울 것이냐
*시집,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 북랜드
소풍 - 조찬용
아이들이 성벽 길을 줄지어 소풍을 간다
두 노인네 느티나무 아래에서 장기를 두며 아이들을 바라본다
거쳐 온 인생과
거쳐 가는 인생 사이 공간의 담장 벽
덜렁 둘이 마주앉은 황혼의 길에서 장기를 둔다
그땐 우리도 많이 설레었지
그랬었지
잠을 이루지 못해도 아침은 환했었지
하루하루 덮고 나면 이리 지나온 일인 것을 말이네
꿈길을 걸어온 셈이지
저 아이들도 오늘 꿈길을 걸어간 걸 알기나 할까
아이들 가뭇 사라지고 남은 빈 공터
뒤뜸뒤뜸 한낮 두 노인의 소풍도 짧기만 하다.
# 조찬용 시인은 전북 부안 출생으로 중앙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시인정신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국어 시간에 북어국을 만난다>,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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