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벼랑 끝 - 강시현

마루안 2022. 9. 20. 21:32

 

 

벼랑 끝 - 강시현

 

 

벼랑을 나는 새를 보았네

암벽에 걸린 목탁 소리

백척간두 진일보

 

아메리카 인디언이 몰살당한 계곡의 창공을 나는 새

거대한 날개의 양력으로

우주의 피안으로 가려는 디스커버리 검은 독수리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릴 이카루스의 날개를 달고

 

우리는 본디 벼랑의 날개에 집을 짓고

벼랑의 몸통에다 가정을 꾸리고

마지막엔 벼랑 끝에 올라가

스스로 눈먼 새가 되어

한 번의 비행으로 천지간을 건너는 디스커버리 미스터리

 

벼랑 멀리 아득한 쪽빛 바다

심해의 시간 건져 올리는 파도의 그물

 

한 걸음 더 내딛어 볼까 백척간두 진일보 디스커버리

우리의 더운 밥주발에는

상냥한 웃음으로 부드러운 손길로 미스터리

벼랑 끝으로 초대하는 로렐라이의 요정들이 요리되어 있었네

그래도 한 입만 더

백척간두 진일보 디스커버리 미스터리, 쩝쩝

 

 

*시집/ 대서 즈음/ 천년의시작

 

 

 

 

 

 

콩국수 - 강시현

 

 

일 나가는 사내에게

두툼한 가방 하나 안겨 줍니다

 

물가가 다락같이 올라도

육천 원이면 사 먹는 콩국순데

 

한밤이 이슥하도록

불린 콩을 갈아,

 

어쩌다 이런 여자를 만났나 싶기도 하고

콩국수를 먹는 내가 자랑스러워지기도 하였습니다

 

양파 풋고추를 썰어 된장 옆에 가지런히 채우고

삼단같이 오이채를 썰고

삶은 달걀도 횡단보도처럼 반쪽으로 갈라

고명으로 다른 비닐봉지에 싸 놓았습니다

 

저녁 개수대에 빈 그릇을 내놓을 때

없는 말이라도 건네 보려 생각을 하지만

걱정 없는 동화 같은 살가운 웃음만 같이 담을 요량입니다

 

아찔한 일은

묵은 옷을 모두 태운 산기슭의 여자가 간혹 잊히기도 하더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