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밤은 불안해서 - 류흔

마루안 2022. 8. 25. 21:55

 

 

밤은 불안해서 - 류흔

 

 

낮에 관해서는

나는 거의 감동이 없고

방관하는데,

다만 나는 나의 밤을 괴롭힌다

 

창문을 열면

문틀에 앉아있는 달빛과

가파르게 넘나드는 바람에게 무언가 연신 묻고

대답을 듣기도 전에 끄떡인다

 

건넌방에는 아내가 이불을 걷어찬 채 가릉

가릉거리며 잠들어있다

반면에 나의 애인들은 전부 잠 못 들고

내가 유부남인 사실에 몹시 불안할 테지

 

불안해하다 화가 날 거야

그녀들이 모여서 회의를 하고

스크럼을 짜서

나를 손봐주러 맹렬히 돌진한다, 이것은

어젯밤 내가 꾼 꿈

 

오늘은 밤을 대하는 태도가 신중하니

그런 흉몽은 없어야 한다

다시 그런 꿈을 꾼다면

11층에서 완강기를 타고

바닥으로 내려갈 것이다, 이것은 절대로

농담이 아니다

 

 

*시집/ 지금은 애인들을 발표할 때/ 달아실

 

 

 

 

 

 

어느 때에는 - 류흔

 

 

또다시 죽기는

죽기보다 싫으니

나는 한 번 더 태어나는 건 사양할래

 

인생은 단발로 족하다

갱상도 남자인 나는 그기 성미에 맞지

구차히 연명하며

무얼 설명하거나 각주 따위 다는 현학을

아주 질색하지

 

그러나 살아있는 동안 사랑은 뜨거웠으며

친구와의 의리 또한

으리으리하였다

나와 여인의 요철이 접목되던

몹시 좋은 날은 새털 같았으니

 

만약에 다시 한 번 산다면

그런 인연 때문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