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잘 있습니다 - 하상만
내가 쓴 글을 내가 읽고
내가 부른 노래를 녹음해서 듣는다
나는 나를 사랑하는구나
그걸 여태 모르고
밖으로 나돌았다
혼자 있지 않아서
쓸쓸했던 거구나
혼자 있지 않아서
외로웠던 거구나
내가 쓴 글을 내가 읽고
내가 부른 노래를 다시 듣는다
혼자라서 행복하구나
*시집/ 추워서 너희를 불렀다/ 걷는사람
그분은 외로웠을 거예요 - 하상만
죽는 게 왜 두려울까 물었더니
한 번도 죽어 본 적이 없어서 그렇다네요.
매일 매일 살아본 경험만 있고,
죽어 본 적이 없어서 그렇다고.
이상하게 살수록 살고 싶어져요.
그러다 보니 다시 한번 태어나 보고 싶기도 하고.
I born이 아니라
I was born입니다.
태어난 게 아니고
태어나진 겁니다.
태어났다고 하니
삶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책임이 있는 것 같고
내가 다 선택한 것 같습니다.
나는 왜 태어났을까,
생각해본 적이 있어요.
삶에서 의미를 찾아본 건데,
우주는 방향도 없고 목적도 없습니다.
우주도 그런데 나라고 별수 있겠어요.
나는 왜 태어나졌을까,
질문을 바꾸니 답이 보이는 것 같아요.
삶에서 벌어지는 불편함을
만들어준 이가 누군지 알 것 같습니다.
그분은
당신이 탄생시킨 모든 것에 대해
사랑을 말하십니다.
사랑해서 낳은 거고
나 혼자 외로울까 다른 이를 낳은 거라고.
세상에 없던 우리를
먼저 사랑했다고 합니다.
태어난 것이 아니라
태어남을 당한 것입니다.
그분은 자신을 사랑했을 겁니다.
그래서 외로웠을 거예요.
# 하상만 시인은 경남 마산 출생으로 2005년 <문학사상>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간장>, <오늘은 두 번의 내일보다 좋다>, <추워서 너희를 불렀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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