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세균 - 조숙
세계가 위험할수록
안전한 것을 찾는 비루한 하루
세균이 밀가루를 먹고 변화시킨 발효빵
효모가 쌀을 먹고 만들어낸 막걸리
시간을 오래 들여
세균이 남긴 것을 얻어먹는다
바이러스 매개체 인간이 되어
집안에 갇힌 채
효모가
먹걸리 만드는 소리를 들으면
속도와 팽창으로 무리 지어 내달리던 시간은
천천히 발효되어 생각 속으로 들어오고
오래된 세균처럼
무언가를 변화시켜 안전하게 하는 것
배 불리기 위해 비루해지지 않도록 하는 것
그런 것을 꿈꾸게 된다
*시집/ 문어의 사생활/ 연두출판사
몸 - 조숙
나이들수록 내 몸이 좋다
몸은 아직 움직이고 있다
몇 군데 원할하지 않지만
혼자 움직일 수 있다
아직은 따뜻하다
멀리 갈 수 있다
바람을 느끼고 걸을 수 있다
피부로 햇볕을 받아들이기도 한다
먹고 싶은 음식을 만들 수 있다
이가 있어서 씹을 수 있고
맛을 느끼는 감각이 있다
자다가 내 콧소리에 깜짝 깨기도 하고
발목을 다치지 않으려고
계단 손잡이를 잡지만
신나는 날은 가볍게 뛰기도 한다
기분이 좋으면 몸을 흔들기도 한다
나는 오래 쓴 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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