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풀에 대하여 - 김신용
밥풀때기라는 말이 있다
쓸모없고 하찮은 것을 가르키는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이 유난히 정겨울 때가 있다
아기의 입가에 붙은 밥풀을 얼른 떼어
제 입에 넣는, 어미를 보는 날이다
이런 날은 쓸모없고 하찮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참 눈에 밟히는 날이다
밥풀 하나가, 마치 소우주처럼 눈앞에 밝아오기 때문이다
*시집/ 너를 아는 것, 그곳에 또 하나의 생이 있었다/ 백조
소금꽃 - 김신용
아무도 이 꽃을 본 적 없지만, 이 꽃은 있다
땀 흘려 일해보면 안다
사람의 몸이 씨앗이고 뿌리인, 이 꽃—.
일하는 사람의 몸이 소금이 꽃인, 이 꽃—.
# 김신용 시인은 1945년 부산 출생으로 1988년 <현대시사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버려진 사람들>, <개같은 날들의 기록>, <환상통>, <도장골 시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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